한진칼 “대한항공 1조 규모 유상증자 참여”

입력 2020-05-15 04:08
사진=뉴시스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재원 마련 방식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남매 경영권 분쟁’을 끝내기 위해 제3의 우호세력을 통해 유상증자를 추진할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한진칼은 “보유 자산 매각 및 차입을 우선 검토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진칼은 14일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코로나19발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지난 13일 밝혔었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약 30%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약 3000억원이 필요하다. 한진칼의 지난해 말 기준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00억원에 불과해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한진칼 관계자는 “참여 재원은 보유 자산 매각 및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별도의 이사회를 열어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진칼, 정석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자회사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외에도 한진(23.62%) 진에어(60.00%) 정석기업(48.27%) 칼호텔네트워크(100%)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주식담보대출도 선택지 중 하나다. 조 회장의 한진칼 보유 주식은 385만6002주(6.52%)다. 이 중 이미 대출이 걸려 있는 128만2548주를 제외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일부 조달할 수 있다.

일각에선 한진칼이 별도의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조 회장이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측과의 경영권 다툼을 승리로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칼 정관에 따라 발행 주식 총수의 100분의 30을 초과하지 않으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조 전 부사장 측인 KCGI도 이를 우려해 ‘한진칼 유상증자에는 찬성하지만 제3자 배정 방식은 안 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진칼에 전달하기도 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