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 국민 고용보험’에서 자영업자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에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자발적 실업 기준과 구직활동 인정 범위, 소득수준 파악 방식, 보험료 분담 대상, 보험 대상 유형화까지 ‘5가지 딜레마’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14일 “전 국민 고용보험에 자영업자를 포함하기 위해서는 비자발적 실업 기준에 대한 재정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은 해고·권고사직 등 비자발적 사유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의 생계·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고 퇴사한 노동자는 보험금(실업급여)을 받지 못한다. 구직활동을 했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2012년부터는 종업원 50인 미만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임의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직장인과 달리 매출액 감소·적자 등으로 폐업하면 보험금을 받는다. ‘부득이한 폐업’을 ‘비자발적 실업’의 한 종류로 인정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종업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 405만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만5549명(0.38%)이었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전 국민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할 경우 폐업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영 연구위원은 “폐업증명서만 제출해도 보험금을 줄 것인지 등에 대한 판단 기준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직활동을 확인하는 절차도 딜레마다. 현행 제도상 자영업자의 실업급여 수급 조건에는 ‘적극적인 재취업 노력도 필요’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셈이다. 김준영 연구위원은 “창업을 위해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녀온 것도 구직활동으로 볼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맹점은 ‘소득수준 파악’이다. 현재 고용보험에 가입 중인 자영업자는 1~7등급 중 소득수준을 선택해 보험금을 낸다. 6등급을 선택하면 자영업자 월 소득은 312만원으로 인정된다. 월 보험료 7만2000원을 내고 폐업 후 최대 7개월까지 매달 156만원을 받는 식이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월 소득을 파악해야 정확한 보험료를 산정하는데 자영업자는 소득수준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소득수준 파악이 현 시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전했다.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강성균 공인노무사는 “소득 허위 신고는 ‘반복적인 위장 폐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정부가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기 이전에 반드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험료 분담 대상’도 문제다. 고용보험의 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데 자영업자는 100%를 부담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자영업자 보험료를 지원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원하면 세금 문제로 귀결될 수 있어 대기업이 떠안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든 자영업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건 불필요하다”면서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특정 집단으로 유형화하고 이들에게 적합한 제도를 설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