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선 음침하지만 소년원도 일반 학교랑 다를 바 없어요”

입력 2020-05-15 04:02
춘천소년원에서 소년범들을 가르치는 교사 강동진(왼쪽)·황사현씨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지난 13일 강원도 춘천시 신촌정보통신학교(춘천소년원)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춘천=권현구 기자

춘천소년원 생활관 교실에는 팔에 용이 그려진 남학생들이 투박한 손으로 마네킹 머리카락을 잡고 헤어 로드를 말고 있었다. 흰 가운을 입은 선생님은 웃으며 머리카락 빗질을 도왔다. 옆 교실 검정고시반 학생들은 선생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황사현(41) 교사는 “영화에선 소년원이 음침하게 나오는데 일반 학교랑 다를 바 없어요”라고 말했다. 강동진(37) 교사는 “약간 다른 점은 몸에 그림이 많다는 거죠”라고 웃어 보였다.

10대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지탄의 대상이 되는 소년범을 매일 마주하는 선생님들이 있다. 지난 13일 강원 춘천시 춘천소년원에서 두 교사를 만났다.

강 교사는 “나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해서 이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동네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였다. 남을 괴롭히고, 술 담배에도 손을 일찍 댔다가 군대에 다녀와서야 철이 들었다. 11년 차인 그는 “내 학창시절을 보는 듯 친근하다”고 말하는 제자가 벌써 2000명이다.

주변에서 만류도 적지 않았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소년원 선생님을 꿈꾼 황 교사는 시험 합격 후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줄곧 소년원을 지망했다. 그는 “7전8기 끝에 왔는데 너무 행복하다”며 “여기는 학교가 집이고 이 아이들이 가족이다. 이렇게까지 깊은 교류를 하는 공간은 없을 것”이라며 뿌듯해했다.

소년원에는 기구한 사연을 가진 학생들이 온다. 강 교사는 “일상적으로 물건을 훔치다 소년원에 온 초등학교 5학년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초등생은 가정에서 방치돼 소년원에 들어왔을 때 한글도 못 떼고 세수하는 법도, 양치하는 법도 몰랐다고 한다. 강 교사는 “씻는 법도, 한글도 다 하나하나 알려줬다”고 회상했다.

선생님들은 가슴 아픈 일도 겪는다. 강 교사 학급엔 마음을 열지 못해 친구나 선생님과 대화하지 않던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노력 끝에 신뢰를 쌓아 강 교사가 대학 면접에 동행할 정도로 친해졌고 모범학생으로 조기 퇴원했지만, 학생은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아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슬픈 일만 있는 건 아니다. 황 교사는 스승의 날에 종이로 접은 학 선물을 받았던 기억을 꺼냈다. 그는 “아이들이 학을 접길래 미모의 여선생님에게 주려나 보다 했는데 내 교탁에 학이 쌓여 있었다”며 “빨래 바구니에 담겨 있었는데 아이들 정성이 감동스럽더라”고 웃었다.

소년범에 대한 인식 변화와 소년원을 나가서도 학생들이 적응할 환경이 마련됐으면 하는 게 선생님들의 바람이다. 강 교사는 “잘못에 대해 처벌받는 건 당연하지만, 모든 10대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황 교사도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다시 소를 들일 수 있잖아요”라며 “학생 개인뿐 아니라 한 가정을 회복하는 게 내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춘천=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