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서비스’ 날개 달아 준 금융규제 샌드박스

입력 2020-05-15 04:05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A씨(30)는 최근 소액 대출을 받으려고 했지만 은행 지점끼리 멀리 떨어져 있어 상품을 비교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직접 은행에 방문하기도 왠지 꺼려졌다. 고민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한 업체의 ‘온라인 대출 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소개받았다. A씨는 비대면으로 상품을 쉽게 알아본 건 물론 기존에 받으려던 대출보다 0.5% 포인트 정도 이자율을 절약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각광받고 있는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로 더욱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란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서비스에 대해 최대 4년간 인가·영업 과정에서 적용되는 규제를 유예·면제해주는 제도다.

14일 금융 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1년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총 102건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기업별 서비스 지정 비율은 핀테크기업이 54건(53%)으로 절반 이상이었고, 금융회사 39건(38%), 정보기술(IT)기업 6건(6%), 공공분야 3건(3%) 순이었다. 서비스 분야별로는 은행 관련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험(15건), 자본시장(15건), 대출비교(14건), 카드(13건), 데이터분석(12건) 등이 뒤를 이었다.

혁신금융 서비스 중 눈에 띄는 건 역시 비대면 서비스다. 금융위에 따르면 여러 핀테크 업체의 온라인 대출비교 서비스를 통해 실행된 대출규모는 약 60억원이고, 3300만원가량의 대출 이자가 절감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을 통한 대출 조회 및 신청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한 계좌 개설 서비스도 금융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도입됐다. 한화투자증권에선 고객 신분증과 얼굴 사진을 대조하는 등의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올 하반기부터 실행할 예정이다. 온라인으로 본인 인증만 하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삼성화재의 ‘페이퍼리스(paperless) 계약’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바 있다.

매달 카드 결제대금, 적금 납부로 수중에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조사가 생긴다면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기반 송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카드로 결제한 현금을 지인에게 송부하고, 다음 번 결제일에 대금을 납부하는 식이다.

다만 이러한 서비스를 계기로 대출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작용이 생기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례로 소득이 없는 취업준비생도 통신료 납부 내역을 제출하면 상향된 신용평점으로 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이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그런 우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비금융정보도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추세가 강화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오히려 제도권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대출받는 등 ‘혁신을 통한 포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