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들이 주중에 모여 공통의 말씀으로 주일 설교를 준비하는 모임을 프로페짜이(Prophezei)로 부른다. 스위스 종교개혁가 울리히 츠빙글리가 1520년 동료 목회자들과 설교를 위한 성경주석을 라틴어 히브리어 헬라어와 시민들을 위한 독일어로 동시에 나눈 것에서 기원한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미목원·이사장 김지철 목사)은 프로페짜이 활성화를 위해 30쪽 분량의 매뉴얼(사진)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한국에선 2002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평양노회 남시찰회 소속 목사들과 당시 장로회신학대 예배학 교수였던 김경진 소망교회 목사의 모임에서 이를 본격 도입했다. 매뉴얼은 목회자들이 돌아가며 1분 이내 간단한 인사로 지난주 주일 설교와 성도들 반응이 어땠는지 공유하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시작 기도와 함께 성경 본문을 개역개정, 새번역 혹은 공동번역(택일 가능), 영어번역본 순으로 읽으며 묵상하자고 제안한다.
매뉴얼에는 ‘설교 준비를 위한 프로페짜이 샘플’ 4편이 실렸다. 이 가운데 세 번째 편은 맹인 바디매오가 거리에서 예수님을 만나 눈을 뜨고 따르게 되는 마가복음 10장 말씀이 주제다. 목회자들의 묵상을 돕기 위해 본문의 이미지, 본문 안에 반복되는 단어나 구절, 등장인물의 관계, 다른 제자들이 주님의 고난은 아랑곳하지 않고 높은 자리를 구하는 이야기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이어 한국교회 또는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 살핀다. 매뉴얼을 감수한 이상조 장신대 역사신학 교수는 “한국교회가 예수께 나아가려는 바디매오를 꾸짖은 사람들처럼 육적인 영광에 눈이 가려 영적으로 눈을 뜨지 못하는 건 아닌지 성찰해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