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때 엄마가 교통사고로 머리를 심하게 다친 후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못해 아빠와 자주 다투다가 이혼했다. 도시락도 내가 싸고 집안일도 모두 해야 하는, 엄마 없는 빈자리가 너무 컸고 마음도 둘 곳이 없었다. 자연히 텅 빈 마음은 친구로 향했다. 어느 날 친구가 마네킹이 입은 옷을 무척 입고 싶어했다. “야! 너는 위, 나는 아래! 하나, 둘, 셋 하면 잡고 튀어!” 우린 마네킹을 통째로 들고 전력 질주해 성공했다. 또 어느 날 밤엔 배가 너무 고파 구멍가게를 털기로 했다. “야! 내가 올라가 뛰어내릴 게! 문 열면 바로 들어와!” 뛰어내리다 아이스크림 냉장고 위에 떨어지며 유리가 깨져 다리가 찢어졌지만 성공의 기쁨은 컸다.
그러던 어느 날 자는데 갑자기 비가 왔다. 눈을 뜨니 아빠가 얼굴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당장 일어나 무릎 꿇어!” 내 앞엔 몽둥이 6개가 기다렸다. “몽둥이 다 부러질 때까지 한 번 맞아봐.” 통곡하며 빌었지만 하나가 부러져도 멈추지 않았다. 살기 위해, 잡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13층 계단을 날아 내려와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동대문에서 옷 장사를 시작했고 술을 마시다 쓰러져 대학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다. 그러다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 바로 결혼했지만 남편은 직장 정착을 못하고 수입도 거의 없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금융사기로 빚더미에 앉았다. 몸과 마음은 지쳐 결국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그때 의지하던 이모를 따라 춘천 한마음교회에 갔다. 계속 잠만 자던 어느 찬양 예배 시간에 해맑은 얼굴로 기쁘게 드럼을 치는 자매에게 시선이 딱 멈췄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기쁨이 넘칠까?’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성도들의 변화된 삶에 대한 간증을 유심히 들었다. 내 문제는 문제도 아니었다. 목사님께서 성자 하나님이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셨고 그 분이 내 죄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다고 선포했지만 내 마음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형제의 ‘이 세상 신이 믿지 않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한다’는 간증이 선명히 들렸다. 마귀에 속아 살았음을 알게 되는 순간 마음의 안개가 확 걷혔다.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40일간 함께했던 제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부활 때문이었다. 부활이 실제가 되니 예수님은 지금도 살아계신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셨다. 내가 맞아야 할 채찍,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 내 손과 발에 박혀야 할 못, 내가 흘려야 할 피를 대신 흘리신 그 엄청난 사랑이 부어지며 바로 엎드려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먼저 엄마 생각이 났다. 사고로 힘들었을 텐데 오히려 원망했던 생각에 가슴이 찢어졌다. 딸을 데리고 바로 전주로 내려갔다. “엄마 그동안 많이 외로웠지? 정말 미안해. 내가 예수님을 믿지 않아서 엄마를 원망했어.” 우린 꼭 안고 한참 울었다. 남편도 생각났다. 내가 사랑받지 못한 피해자가 아니라 사랑을 짓밟은 가해자였다. “그동안 당신의 마음을 몰라 정말 미안해. 많이 외로웠지? 당신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릴께.” 편지로 용서를 빌었다.
지금 나는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로 4년째 어르신들을 섬기고 있다. 죽기 전 예수님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구원받았던 강도처럼, 어르신들도 마지막 시간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교회에서는 주일학교 교사로 섬기고 있고 아이의 학교에서는 녹색어머니로 열심히 봉사했더니 올해는 회장이 됐다. 어릴 적 나의 꿈이 선생님, 사회복지사, 경찰이었는데 복음 안에서 모든 꿈을 이뤄주셨다. 자나깨나 함께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하태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