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영특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블루마블 게임을 보고 덧셈 뺄셈을 익혔고 한글도 스스로 터득했다. 중학교 때 두각을 나타냈고 우리나라 최고의 외국어고에 합격했다. 전국의 천재들이 다 모였지만 주눅 들지 않고 힙합과 농구 동아리에서 열심히 즐겼다. 힙합 동아리 부장으로 앨범 녹음도 하고 축제에 참가해서 길거리 공연도 하며 술도 자주 마셨다. ‘난 뭐든 할 수 있는 자유인이지!’ 하는 자부심이 컸다. 여자들이 수없이 다가왔고 고1때 전교생의 선망의 대상, 여신으로 불리는 2학년 누나와 만나며 친구들의 시기와 질투를 한 몸에 받았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대학진학이나 진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수학, 과학쪽에선 단연 두각을 나타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만점을 받았다. 고3때 ‘성실성, 리더십, 천재성’ 항목으로 학년 이미지 투표를 했는데 천재성 1위로 선정됐다. 그렇게 화려한 고교시절을 보냈지만 공부는 안하고 능력만 믿고 멋대로 사는 나를 어머니는 정말 걱정하셨다. “재근아, 인생의 주인은 네가 아니야, 네가 가진 모든 것이 주님의 것이야. 예수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라 살아야 해.” 그렇게 제한하는 하나님이 원망스럽고 짐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죄책감은 있었다. 어머니의 눈물의 기도에 내 마음은 조금씩 돌아섰고 한마음교회 여름수련회에 참가했다. 그때 어느 형이 “네 안에 예수님이 계시니?” 묻길래 나는 당당히 ‘네!’ 했다. “그럼 예수님께서 네 안에 어떻게 들어오셨니” 하는데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형은 ‘복음의 핵심은 부활’이라며 사도행전 17장의 하나님께선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것으로’ 우리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다며 하나님께서 그렇게 두루뭉술하고 애매하게 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정말 놀라웠다. 신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역사 속의 확실한 증거를 주신 것이다. 구약 시대부터 선지자들을 통해 약속했고 예수님 스스로도 ‘내가 이 성전을 사흘 만에 일으키겠다.’ ‘요나의 표적밖에 보여줄 표적이 없다’고 하셨다.
부활이 확증되니 예수님이 누구신지 바로 알게 됐다. 그분은 만물의 창조주이고 나의 주인이었다. 이사야서 14장의 ‘천사장이 가장 높은 자와 비기려 했다’는 말씀을 내게 하시는 말씀으로 받으며 바로 굴복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끝까지 기다려주신 주님과 어머니가 너무 감사했다.
그후 미국의 명문 공대에 진학했다가 경제적인 이유로 귀국해 군 복무를 마친 후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다. 무려 5년 차이가 나지만 예수님을 몰라 방황하는 대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해줄 수 있었다. 가끔씩 화려한 세상이 나를 유혹했지만 주님과 동행하니 승리할 수 있었다. 가끔 철통방어망을 뚫으려는 보암직한 나무들에 순간 마음이 흔들려도, 보암직한 나무와 내 신분을 결코 바꾸지 않는다. 세상을 향해 ‘난 자유인이다’고 외치던 내가 지금은 ‘진리 속에서 참 자유’를 누린다.
그렇게 신바람 나는 대학생활을 마치고 하나님께서 인도해주신 직장에 취업했다. 오직 내 안에 사시는 하나님과 함께하며 주님께서 이끄시는대로 살아갈 것이다. 예전에는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자유라고 착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주인 돼 사는 것이 죄의 종노릇하는 것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사는 것이 전부이셨던 것처럼 나도 주님과 함께 사는 것이 전부이고 싶다. 앞으로도 오직 하나님의 임재를 놓치지 않고 이 세상의 거짓 자유가 아닌 하나님 안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살기를 소망한다.
이재근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