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을 들킨 남편은 이렇게 외친다. 죄책감은 물론 미안함조차 전혀 느낄 수 없는 이 대사를 기점으로 부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버린다.
혼외관계는 혼인 생활을 파탄 나게 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다. 기독교는 결혼을 하나님의 선물로 보고 혼외관계를 엄격히 금한다. 그렇다고 기독교인에게 불륜이 남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기독교인의 부부의 세계’는 어때야 할까. 미국 뉴욕 리디머장로교회 설립자 팀 켈러 목사와 아내 캐시 켈러가 쓴 책 ‘팀 켈러, 결혼의 의미’(두란노)가 이 주제에 성경적 답을 제시했다.
켈러 목사 부부는 2014년 결혼의 기독교적 의미 등을 정리한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를 펴냈다. 이번 책은 전작에서 제시한 핵심 원리의 실천수칙을 담은 묵상집이다. 1년간 매일 그리스도인의 사랑과 성(性), 결혼 등을 묵상할 수 있도록 엮었다. 부부와 예비부부가 책의 주요 독자인 만큼 간음과 이혼 문제, 부부싸움 뒤 화해법 등 실제적 조언이 많다.
간음 문제를 보자. 성경은 “배우자에게 간음죄를 저지르는 것은 ‘영적 간음’, 즉 하나님께 불성실한 것과 동일하다”고 말한다.(시 51:4) 하나님은 가난한 자를 무시하는 행위와 혼외 성관계를 같은 수준의 죄로 여긴다.(암 2:7) “둘 다 타인을 착취하는 불의한 행동으로, 하나님을 불쾌하고 슬프게 하는 행위”라서다. 간음이 사랑이 아닌 ‘탐심’에 근거한 것임도 명확히 한다. 간음은 상대를 섬기고자 하는 사랑과 다르다. 상대의 말과 몸으로 자존감을 세울 것을 기대하는 탐심에 가깝다.
사랑 대신 탐심이 채워진 자리엔 외로움과 수치심이 남는다. 배우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도 준다. 간음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도는 ‘달아나는 것’이다. 요셉은 여주인이 말한 ‘동침’을 ‘큰 악’으로 고쳐 답한 뒤 마주칠 기회를 차단했다.(창 39:6~9) “이렇게 보면 유혹하는 것은 상황 자체가 아니다. 그 상황에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콩깍지가 벗겨져 배우자에게 권태감을 느낄 땐 ‘흠결에도 우리를 사랑하는 그리스도를 기억하자’고 말한다. 천성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인간은 문제의 원인으로 상대를 지목한다. 게다가 현대 문화는 “결혼이 내 필요를 충족시켜 줄 동안만 결혼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나 중심 결혼관’을 주창한다. 저자들은 단호히 말한다. 자기 중심성에서 기인한 부부간 문제의 “해법은 그리스도의 복음”에 있다. “부부가 서로의 거룩함을 목표로 할 때 행복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한다.
남자는 ‘바깥일’을, 여자는 ‘집안일’을 한다는 전통적 성 역할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흔히 ‘성경적 여성상’으로 제시되는 잠언 31장 속 여성은 부동산 투자와 의류 사업으로 가정 경제를 책임지고 집안 살림도 한다. 저자들은 “성경이 여성이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을 규정한 목록을 제기하지 않는” 만큼, 부부 각자 융통성 있게 결혼 생활을 꾸릴 것을 당부한다.
책은 영국 작가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를 인용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제인 에어는 법적 부인이 있는 로체스터가 함께 살자고 청하자 하나님의 도덕법을 들어 거절한다.
“제인은 알고 있었다. 하나님의 법에 순종하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게 아니라 로체스터가 세운 계획에 따르는 것임을… 혼외 성관계를 가지면서 자기 마음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사실 우리에게 ‘진정한 삶’이 어떤 삶인지 제멋대로 규정하는 이 시대 문화에 볼모 잡힌 것일 뿐이다. 하나님께 순종하고 자신을 존중하라.”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