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개미 “종목 멋대로 바꿔 손실” VS 삼성자산운용 “투자자 보호 조치”

입력 2020-05-14 04: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띠는 가운데 원유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에 ‘베팅’한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자산운용에 대해 운용 과정에서 투자자 이익을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자산운용이 임의로 운용 방식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이 때문에 유가 상승에 따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13일 삼성자산운용은 개인투자자 2명이 ‘코덱스(KODEX)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H)’ ETF 운용과 관련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ETF의 다른 투자자들도 집단소송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삼성자산운용이 월물 교체 등 ETF 운용 방식을 사전 고지 없이 임의로 변경했다는 점이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6월물 WTI 가격이 43.4% 폭락하자 해당 ETF 구성 종목 중 6월물 비중을 크게 낮추고(73%→34%) 나머지는 7~9월물로 교체했다.

이에 삼성자산운용 측은 “당시 6월물 종가가 5월물처럼 마이너스대 진입도 가능했던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투자자는 투자금액을 모두 잃게 되고, 거래 중단 및 상장 폐지로 손실은 회복 불능한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당 ETF는 석 달 새 1조원이 넘는 투자금액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월물 교체를 사전 고지하지 않은 데 대해 삼성자산운용은 “해당 펀드의 6월물 점유율이 시장에서 9.5%에 달하는데, 교체 계획이 미리 알려지면 투자자들의 선행매매로 6월물 가격이 크게 떨어질까 우려됐었다”고 해명했다. 펀드 구성은 운용회사의 재량 사항이라고도 했다.

두 번째 문제는 운용 방식을 바꾼 직후 공교롭게 6월 인도분 WTI가 이틀 연속 20%가량 급등했다는 점이다. 월물 교체를 하지 않았다면 원유 선물 ETF 가격이 더 올라 이익을 볼 수 있었다는 게 투자자들의 설명이다. 투자자들은 소송 준비를 위해 개설한 온라인 카페에서 “유가는 오르는데 투자금은 ‘박살’나는 이상한 운용 방식” “모르는 사람이 보면 원유 역추종 ETF로 착각하겠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상·하한가 규정에 따라 ETF 가격이 유가 상승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6월물 WTI 가격이 상승했을 때 일부 투자자들이 손실을 본 건 인정하지만, 이후 27일 유가가 또 한 번 24.6% 폭락했을 때 운용 방식을 바꾼 덕분에 손실을 방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또 “이번 조치는 펀드의 안정성과 투자자들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며, 회사가 재무적 리스크를 지지 않으려고 운용 방식을 바꿨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투자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선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