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9월 학기제’ 도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집권 자민당이 ‘가을학기제도 검토 작업팀’을 설치하고 12일 첫 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휴교가 장기화되는 상황을 맞아 이번 계기에 현행 4월 학기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9월 학기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일본 내 여론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검토팀 회의에서 “(9월 학기제는) 과거 자민당에서도 크게 논의한 적이 있는 문제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새로운 논점 정리를 요구했다. 회의에는 역대 문부과학성 장관들과 후생노동성, 내각부 등 현직 관계부처 간부들이 참석했다.
단장을 맡은 시바야마 마사히코 전 문부과학성 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찬성 측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업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적극적인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참석자를 인용해 “찬성론이 많았고, 명백한 반대는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를 9월 전까지 완전히 수습할 수 있는지” “가을에 코로나19 2차 파도가 들이닥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의 우려도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검토팀은 향후 매주 2회 회의를 열어 교육관계자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달 말이나 6월 초까지 정부 측에 전달할 제언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시바야마 단장은 “현시점에서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지만 단순히 찬반양론을 나란히 적거나, 해야 할 과제를 나열하는 식은 아니다”며 일정한 방향성을 담은 제언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 여론은 9월 학기제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11일 발표한 성인 1165명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56%가 9월 학기제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32%에 그쳤다.
이 신문이 이달 초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지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60%가 9월 학기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측에서는 국제적으로 가을 입학이 일반적이라 현행 4월 학기제에서는 유학생 및 교원 교류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일본 호주를 제외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9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9월 입학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내년 가을에 9월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올해 4월부터 내년 8월 사이에 만 6세가 되는 어린이들이 모두 입학 대상이 된다. 총 17개월간 누적된 인원수로 평소의 1.4배다. 교실과 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경제계와의 조율도 필요하다. 도쿄대가 지난 2011년 9월 학기제 시행을 검토했다가 채용 등 문제에서 사회와 보조를 맞추지 못해 포기한 전례가 있다. 사립학교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5개월간 끊길 경우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