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안전망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는 바로 구직포기자의 존재다. 구직포기자는 일자리가 없는데 구직활동도 하지 않아 실업에서도 탈락한 사람들이다. 실업급여도 받기 힘든 이들의 수가 지난달 무려 83만1000명 급증했다. 이들이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699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83만1000명 증가했다. 통계청은 취업 상태가 아니며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는데, 통상 구직포기자로 불린다. 이들 규모는 현 기준의 통계가 작성된 2000년 6월 이후 최대다.
육아, 재학, 심신장애 등의 상황이 아님에도 ‘그냥 쉰다’고 답한 사람들은 무려 240만8000명이다. 전년 대비 43만7000명 늘었는데, 이 항목의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4년 1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소 1년 이상 취업이 안돼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6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4000명 늘었다. 이 수치도 역대 최대다.
구직포기자 급증은 최근 몇 년 새 계속된 경기 부진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친 결과다. 지난해부터 제조업과 자영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고용시장이 냉각됐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업주가 매상에 타격을 받고 취준생들이 적극적인 취업활동을 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자 수는 47만6000명이나 감소했는데 실업자 역시 7만3000명 줄었다. 취업하지 못한 사람들이 상황이 여의치 않자 아예 구직 노력을 거둠에 따라 역설적으로 실업자가 줄어든 것이다.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한 사람에 한한다.
문제는 비경제활동인구의 경우 정부의 여러 지원책을 받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고용안전망인 실업급여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해야 받을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실업급여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자발적 퇴사, 전 직장이 고용보험 미가입 등의 조건이면 받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실업 사태의 대책으로 고용보험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실업급여 등을 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최대한 넓히겠다는 것이다. 사업장의 절반이 미가입 상태라 고용보험 확대 정책은 안전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직포기자 급증 추세가 코로나19 진정 이후에도 이어지면 이들은 결국 사회안전망의 보호에서 외면될 수 있다. 더욱이 취업자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일을 하지 않는 일시휴직자는 3~4월 매달 100만명 이상 폭증하고 있다. 이들이 향후 복귀하지 못하면 실업자 혹은 구직포기자와 같은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게 된다. 고용정책 사각지대에 놓일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고용 피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 각종 고용·실업 대책으로 경제활동인구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넘어가는 것부터 차단해야 한다”며 “비경제활동인구로 빠진 사람들을 고용시장에 다시 끌어들이는 대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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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