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맛난 거 먹어, 난 짜장면!’ 같은 기재부 기부

입력 2020-05-14 00:09

기획재정부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한다. 정부 부처 가운데 과장급 이상이 일괄 기부를 결정한 곳은 기재부가 처음이다. 의견 수렴을 통해 자발적으로 기부한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전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기부 의사를 밝힌 탓에 ‘관제 기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자발적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간부급인 실·국장급과 과장급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기재부의 과장급 이상 직원 수는 홍 부총리를 제외하고 169명에 이른다. 가족 구성원 수에 따라 최대 100만원인 재난지원금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돈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은 기부가 코로나19로 애로를 겪고 있는 고용 취약 계층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홍 부총리가 SNS를 통해 기부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내려졌다. 홍 부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 저도 기부하고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기부 방식도 명확하게 밝혔다. “긴급재난지원금을 수령한 후 기부하거나 신청 시 기부 의사를 밝히거나 아예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방식이 있다”며 “저는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홍 부총리의 결정이 사실상 기재부 과장급 이상 직원들의 기부를 유도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부총리가 먼저 나섰는데 잠자코 보고 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의사를 밝히면서 국장급 이상 간부들 모두 자발적 기부에 동참한다고 나섰다. 때문에 향후 타 정부 부처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윗사람이 직원들과 중국집에 가서 ‘마음껏 시켜, 나는 자장면’이라고 했는데 누가 비싼 걸 시키겠나. 이런 방식과 비슷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