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소규모 연구용 지하처분연구시설(KURT, KAERI Underground Research Tunnel)을 최근 찾았다. 생소한 이름에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궁금증을 안고 도착한 곳은 대전 유성구 덕진동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
이곳은 가급 국가보안 시설로, 지하처분연구시설(KURT)은 2006년부터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국내 지하처분 기술 개발, 관련 업무에 대한 국민 이해도 증진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지면 밑 땅속 120m(미터)에 자리한 동굴 형태의 KURT는 전체 길이 551m다. 현장 관계자의 안내로 찾은 KURT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동굴 암반에 뚫린 구멍의 흔적들이다. 이 구멍들은 ‘단일 시추공 가열시험’ 흔적이라는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시험은 폐연료봉이 담겨있는 처분 용기에서 발생하는 2000도의 붕괴열이 주위 암반에 미치는 영향, 처분용기와 폐연료봉 사이의 완충재(벤토나이트)에 붕괴열이 미치는 작용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처분연구부 조동건 박사는 “순수 연구목적 지하연구 시설이기에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실험은 금지”라며 “이를 대체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히터를 이용해 시추공 시험이 이뤄졌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이 만들어질 경우 사용후핵연료 처분용기와 암반 사이에서 지하수의 침투를 막고 용기를 보호해 줄 완충재의 성능 시험 등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하수가 암반의 단열대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완충재의 차수 능력을 살펴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했다”며 “이는 지하수를 따라 핵종이 같이 움직이면서 인간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핵종을 격리시키는 핵종 이동 지연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박사의 설명과 함께 다음으로 만난 것은 지하수와 처분 용기 재료로 쓰일 수 있는 철·구리·티타늄 등을 지하수와 직접 접촉시키는 부식실험 현장이다. 금속 부식 실험인 만큼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현장 설명이 뒤따랐다. 최소 10만년 이상 인간 생활권과 격리해야만 하는 폐연료봉 처분 준비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다음으로 공학적 방벽 복합 거동 현장시험장에는 약 1m 크기의 가상 처분공이 3개 뚫려있었다. 이 중 한 곳에는 실제 처분 용기의 3분의 1 크기인 높이 1m에 3톤가량의 모형이 묻혀있었다. 폐연료봉을 대체해 가열 장치를 넣고, 벤토나이트로 감싼 모습이었다.
조 박사는 “모형에는 시험 데이터(붕괴 열 등에 의한 온도 압력 정보)를 쌓기 위해 200개의 센서가 용기 외부에 부착됐다”라며 “진행되고 있는 시험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처분 기술의 개발과 검증이 진행 중이다. 향후 빈 곳에도 모형을 넣고 추가 데이터를 얻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KURT는 향후에도 현장 실험과 연구를 통해 처분 기술에 대한 설계 성능과 안전성 검증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대한 국민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소통창구로서 역할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실제 완공 이후 연간 1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시설 견학을 통해 핵 처분 시설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선진국의 연구원들이 1970년대부터 대대적인 정부 지원 아래 자국 지질환경에 적합한 처분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로 연구 환경이 다소 척박하다. 그럼에도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현장의 연구진들에게서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현장 관계자들은 “소규모 시설로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민 이해도 제고를 위한 소통시설과 실제 처분환경을 실증하기 위한 필수 연구시설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늦었지만 침착하게, 부족하지만 힘을 모아 우리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중권 쿠키뉴스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