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워싱턴주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슈퍼전파자의 한 예시로 교회 성가대를 지목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DC는 이날 워싱턴주 북서부 스카짓카운티 보건 당국이 관내 한 교회에서 일어난 집단감염 사례를 바탕으로 코로나19의 전파 특성을 설명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를 이끈 스카짓카운티 보건소 레아 해머와 하워드 레이브랜드 전염병 역학조사관은 교회 성가대원 한 명이 52명을 집단감염시킨 사건을 보고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 3월 10일 마운트 버넌 지역의 한 교회에서 60여명이 모여 진행한 성가대 연습이었다. 며칠 동안 감기 증세를 보였던 1명의 감염자는 이날 연습에 참여한 ‘스카짓밸리합창단’ 61명 중 52명을 감염시켰다. 이들 중 2명은 결국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는 단일 감염원이 이토록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노래 부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노래를 큰 성량으로 부르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지닌 비말이 상당히 분출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참석했던 성가대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서로 간 신체 접촉은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성가대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 노래 부르기를 동반하는 모든 행사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레이브랜드 역학조사관은 특히 성가대 내 최초 감염자가 슈퍼전파자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슈퍼전파자는 신체에서 분비되는 비말의 양이 절대적으로 많다”며 “이런 특성상 그들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십명이 감염되고 2명이 숨졌지만 연구진은 이 사고에 대해 ‘불행 중 다행’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된 성가대원들은 이상 증세를 감지한 즉시 자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들의 협조와 지역 보건 당국의 발빠른 역학조사가 대규모 감염을 막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사건이 일어난 스카짓카운티는 인구 75만명 규모의 대도시인 시애틀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조금만 대처가 늦었다면 광범위한 지역 감염을 초래할 수 있었다.
CDC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코로나19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마스크 착용, 집단 모임 자제, 사회적 거리 유지 등의 원칙을 지켜 달라”고 재차 주문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