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암 병동에서 1

입력 2020-05-14 19:16

앙상한 팔뚝을 두들기던 간호원
“혈관이 약하군요”
여섯 시간의 투약
한 방울씩 떨어지는 항암 주사액을 보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방전된 몸을 본다
옷을 입었음에도 맨몸으로 느껴지는
구겨진 생의 체면
힘내라 손잡은 딸에게 변명이 되어버린 몸

아직 끝나지 않은 계절에
나는 푸른 그림자와 서 있다

배교윤의 ‘일몰에 기대다’ 중

암으로 투병한 적 없더라도 이 시를 읽으면 누구나 마음이 까라질 수밖에 없다. 시인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방전된 몸”을 한탄하면서 “구겨진 생의 체면”을 생각한다. ‘시인의 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암과 싸운 시간,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겨내기 위해 썼던 글들을 묶는다”고. ‘암 병동에서 1’ 외에도 책을 읽으면 생사의 길목에서 서성인 시인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이겨내라 무한 힘주신 분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