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발 ‘고용 쇼크’가 내수부터 할퀴고 있다. 경제활동이 끊기면서 국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지난달 일자리가 47만6000개 사라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월 이후 최대다. 두려운 것은 충격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다. 경제 위기가 내수에서 수출로 확대돼 이달부터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에도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통계청은 ‘4월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달 취업자가 전년 대비 47만6000명 감소했다고 13일 밝혔다. 고용 쇼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가 많은 서비스업에 집중됐다. 취업자 수는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1만2000명 급감했으며, 교육서비스업에서도 13만명 감소했다. 두 업종의 감소폭은 모두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4년 1월 이래 최대다. 도매 및 소매업 일자리 또한 2018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12만3000개가 없어졌다.
충격은 연령을 가리지 않았다.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모두 역대급 취업자 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10, 20대(15~29세)는 아르바이트와 신규 채용 소식이 없자 취업자가 24만5000명 감소했다. 2009년 금융위기 수준이다. 경제의 허리인 30대와 40대는 각각 17만2000명, 19만명 감소했다. 30대 감소폭 역시 2009년 이후 최대다. 40대 취업자 수는 금융위기, 외환위기를 넘어 무려 29년 만인 1991년 12월(-25만9000명) 이후 가장 많이 줄었다. 50대 일자리도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가장 많은 14만3000개가 사라졌다. 노인 일자리 재개 등의 영향으로 60대 이상 일자리만 27만4000개 증가했다.
위기는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하다. 지난달 임시·일용직 일자리는 무려 78만2000개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잠시 쉬는 사업장이 늘면서 유급 또는 무급 일시 휴직자도 전년 대비 113만명 폭증했다. 지난 3월(126만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 큰 규모다. 이들은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잠재적 실업자다.
문제는 향후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는 4월을 기점으로 내수에서 수출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에 비해 해외 확진자가 뒤늦게 급증한 탓이다. 이달 초(1~10일) 수출은 이미 1년 전보다 46.3% 급감했다. 우리 경제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줄줄이 후퇴했다. 수출 위기는 당장 국내 일자리 중 16.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 고용에 충격을 준다. 고용 쇼크가 내수 서비스업에서 수출 제조업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4만4000명 감소하며 서비스업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정부는 이날 녹실회의를 통해 55만개 이상 직접 일자리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로 대면 서비스업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우리 경제를 지탱해준 제조업에도 점차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
▶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