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뚫은 ‘K골프’… 세계 첫 티오프

입력 2020-05-14 04:01
최혜진(오른쪽)과 박현경이 제42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그린을 걸으며 밝게 웃고 있다. 뉴시스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뚫고 티오프한다.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에서 14일 무관중 개막해 나흘간 치러지는 제42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챔피언십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중단된 프로골프 투어에서 남녀 통틀어 가장 먼저 재개되는 대회여서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일본 그리고 동남아 각국에서 생중계 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출전자 150명이 총상금 30억원을 걸고 경쟁해 KLPGA 투어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게 됐다. 코로나19로 투어가 중단되며 주된 수입원이 없어진 선수들을 위해 출전자 전원에게 상금이 분배되는 것이 눈에 띈다.

출전자 면면을 보면 이번 대회는 ‘올스타전’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5)과 올림픽 타이틀 홀더 박인비(32)를 제외한 한국 선수 대부분이 이 대회에 출전한다. LPGA 투어 통산 7승 중 2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수확한 랭킹 3위 박성현(27), 바지의 색상만큼 인상적인 뒷심을 발휘해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리는 6위 김세영(27), 지난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오픈 챔피언인 10위 이정은6(24) 등 상위 랭커들도 모처럼 국내 필드로 돌아왔다. 안선주(33)·이보미(32)·배선우(26)처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합류했다.

13일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주먹을 불끈 쥔 이정은6·장하나·최혜진·박성현·김세영·조아현(이상 왼쪽부터). 연합뉴스

개막을 하루 앞둔 13일 미디어데이는 해외파의 박성현, 김세영, 이정은6과 국내파 장하나, 최혜진, 조아연 등 6명이 참석했다. 박성현은 “아직 대회가 열리지 않은 미국과 다르게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투어를 시작했다. 자부심을 느낀다”며 “선수와 국민 모두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세영은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것이 다소 섭섭하지만 시합을 할 수 있게 된 상황 자체가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현과 김세영의 경우 그동안 외국인 캐디와 함께 했지만 이번 대회는 해외 입국자의 2주간 자가격리 의무 등의 문제로 임시로 한국인 캐디와 함께 한다.

해외파의 우승을 저지할 국내파 선봉장은 지난 시즌 KLPGA 대상 시상식 6관왕으로 주요 타이틀을 싹쓸이하고 투어 최강자로 올라선 최혜진(21)이다. 최혜진에게는 타이틀 방어전이다. 최혜진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우승한 메이저 대회여서 더 기대하고 있다”며 2연패를 다짐했다. 장하나(28)는 “대회가 시작된다는 소식과 모든 선수에게 상금을 준다는 소식을 들은 남자 선수들이 많이 부러워했다”고 주변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골프 대회가 중단된 이후 처음 열리는 정규 투어인데다 세계적 기량을 가진 한국 여자 선수들이 대거 출전하는 만큼 이번 대회에는 국내외 취재진이 대거 몰렸다. 대회 조직위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클럽하우스가 아닌 골프장 외곽에 임시 텐트를 설치해 미디어센터를 만들었지만 행사에 취재진이 한꺼번에 몰릴 것을 우려해 실내 대신 야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회 주관 방송사인 SBS골프에 따르면 호주 FOX 스포츠, 일본 SKY A 등 10여개 해외 방송사가 매 라운드 TV생중계를 확정했다. 미국 NBC Golf와 캐나다 CBC는 디지털 채널로 방송을 내보낸다. 특히 NBC Golf의 대표 간판 프로그램인 ‘골프 센트럴’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KLPGA투어의 개막 준비상황과 대회 하이라이트 등을 방송할 예정이다.

SBS골프는 해외 방송사들의 관심이 뜨거워 영어방송도 제작한다. SBS골프 측은 ”KLPGA챔피언십의 뉴스 사용을 위해 영상자료를 요청하는 국가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