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제가 알아볼 수 있을까요?” 새내기 교사들 한숨

입력 2020-05-14 00:13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중학교 1학년 담임을 맡은 A교사는 지난 2월 교사로 첫발을 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학교가 전면 온라인 개학을 시작하면서 꿈꿔온 모습과는 180도 다른 일을 해나가고 있다. 아이들과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하고 온라인 영상을 편집하는 게 A교사의 일상이다. A교사는 13일 “지금 내 모습은 내가 꿈꾸고 기대했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해(年)’에 부임한 교사들은 예상치 못했던 환경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고 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이날부터 학생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 이후 개학이 또다시 연기되면서 아이들과의 만남은 또 미뤄졌다.

A교사는 온라인 개학 전 교과서 배부하는 날 마스크를 쓴 아이들 모습을 잠깐 스쳐봤다고 한다. 그는 “개학한 후에 10분씩 다 전화상담을 했는데도 솔직히 아이들 얼굴, 이름, 목소리가 다 연결이 안 된다”며 “사진만 갖고 있는데 실제로 보면 알아보기나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중학교 도덕 교사가 된 B교사도 학급 아이들 얼굴을 증명사진으로만 확인했다. 아이들 개개인의 장점이나 특성이 다름에도 B교사는 화면에 뜨는 수강률로만 아이들의 성실도 등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임용고시 붙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도 학생들을 만날 날만 기다리며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아이들을 아직 못 보고 있다”며 섭섭해했다.

교사는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는다는 게 불문율로 여겨지지만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며 이마저도 포기한 상태다. B교사는 “유튜브 볼 줄이나 알았지 직접 편집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발음이나 내용 전달이 제대로 안 될까봐 처음엔 자막 넣는 데 7시간이 걸린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업을 듣지 않은 아이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해서 밤 11시에도, 주말에도 전화한다고 한다. A교사도 “매일 아이들에게 전화하니 통신비가 평소보다 많이 나왔더라”고 헛웃음을 지었다.

A교사에 따르면 올해는 신규 교사 집합연수도 취소됐다. 대학생 새내기 OT처럼 신규 교사 집합연수에서 동기 및 선배 교사들과 소통 기회를 얻는데 코로나19가 교사들 간 교류 기회마저 없앤 셈이다. A교사는 “신규 교사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현장에 덩그러니 던져진 느낌”이라며 아쉬워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확산 추이에 따라 추가 연기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어 교사들과 학생들의 만남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교육부는 고3은 20일, 고2·중3·초등저학년·유치원은 27일, 고1·중2·초등3·4학년은 다음 달 3일, 중1과 초등 고학년은 다음 달 8일로 등교 예정일을 발표한 바 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