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들은 낯선 사람과 나란히 서서 소변 보기를 꺼릴까

입력 2020-05-14 20:11

남자 화장실에 소변기 3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왼쪽 소변기에서 누군가 볼일을 보고 있을 때 화장실에 막 들어간 남자는 십중팔구 가운데가 아닌 오른쪽 변기를 선택한다. 낯선 사람과 나란히 서서 소변을 보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용변 습관을 둘러싼 연구들이 내놓는 공통적인 결론은, 남자들은 “소변기를 적실 때 제발 혼자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소변을 볼 때 바로 옆에 누군가 있으면 “사적 공간에 이방인이 들어온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남학생은 여학생과 달리 쉬는 시간에 친구를 상대로 “야, 화장실 같이 가자”고 권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세상에는 남자의 소변기 외에도 ‘공간’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고층건물 최상층에 사장실이나 회장실이 있는 이유는 뭘까. 저자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지시를 내릴 때는 남들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리는 게 먹혀들 때가 많다. 사진가들은 정치가를 권력자로 포장하고 싶을 땐 아래에서 위쪽으로 사진을 찍고, 무능한 인물로 표현하고 싶을 땐 반대되는 구도에서 셔터를 누른다. 이 역시 위치에 따른 인간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공간의 심리학’은 진화심리학과 행동과학이라는 두 개의 도구를 활용해 온갖 수수께끼의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벤치가 숲 가장자리에 놓이는 배경, 창가 자리가 사랑받는 까닭,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야 마음이 편한 이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 참고할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식물을 자주 접할 수 있는 일터의 경우 근로자의 결근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말을 바꾸면, 사무실 책상에 화분 하나를 놔두는 것만으로도 업무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사람 사이의 거리가 45~50㎝인 경우를 “밀접영역”으로, 50~120㎝는 “사적영역”으로 규정했다. 1.2~3m는 “사회적영역”, 그 이상은 “공적영역”으로 구분했다. 친한 사이여도 “밀접영역”으로 들어오면 불편함을 느끼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표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더불어 살려면 ‘거리 두기’가 필수”라고 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