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방송작가 절반 ‘생계 타격’… 코로나 이후엔 퇴출 걱정

입력 2020-05-14 04:05
코로나19 여파로 계약서를 쓰지 않는 독립PD와 방송작가의 절반이 생계에 타격을 입고도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기영 희망연대노조 지부장은 “고용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방송계에도 악재다. 이번 감염병 사태로 프리랜서로 일하던 독립PD와 방송작가의 절반이 생계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기영 민주노총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장은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독립PD와 방송작가 절반에 가까운 45.4%(독립PD 40.2%·방송작가 48.4%)가 코로나19로 임금손실을 겪었다”며 “지금까지도 열악했지만 이번에는 상당히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해당 수치는 노조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에서 지난달 1일부터 15일까지 방송스태프지부 소속 스태프(독립PD 214명, 방송작가 380명) 총 59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특히 여성 스태프 피해가 컸다. 방송작가의 경우 남성의 27.3%가 피해를 입은데 비해 여성은 49.7%가 임금 손실을 경험했다. 독립PD는 반대였다. 남성 49.6%가 임금 손실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여성은 23.4%에 그쳤다. 단순 수치보다 내막에 집중해야 한다. 절대적인 임금은 코로나19 전과 후 모두 남성이 높다. 지금까지 여성 독립PD의 임금 수준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에 더 깎을 수 없어 손실 폭이 크지 않았다. 노조에 따르면 남성 독립PD 30.7%는 ‘주당 100만원 이상을 번다’고 응답했다. 그다음은 90만원대(15.3%)였다. 하지만 여성은 주당 60만원을 받는 집단이 22.1%로 응답자 중 가장 많았다. 14.3%는 40만원도 받지 못했다. 김 지부장은 “남녀임금 격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지만 아마도 연차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성이 오래 일을 할 수 없는 기형적 구조를 함께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지부장은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의 고용 불안이 높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46.1%가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크다’고 답했다. 특히 독립PD의 경우 40대의 56.1%가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정년이 특히 짧은 독립PD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더 빨리 퇴출당할까 우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지부장은 근본적인 대책으로 고용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방송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표준근로계약서를 체결하면서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방송 스태프들은 계약서 없이 구두 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고용보험 가입 사각지대에 처한 93만명에게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방송 스태프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다. 계약서 자체가 없어 소득감소를 증빙할 자료가 없다. 노조에 따르면 응답자 74.3%는 계약서가 없었다. ‘정부 차원의 재난지원금이 도움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46.3%는 ‘안 된다’고 답했다.

김 지부장은 “드라마 스태프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 대부분 노동자성을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하는 독립PD와 방송작가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갑자기 일자리를 잃으면 실업급여 등 보호 장치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