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코로나 시대 관광

입력 2020-05-14 04:04

코로나19 기세가 꺾이는가 싶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경제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관광 분야의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전국에 창궐한 올해 3월 우리나라 관광 수입과 관광 지출은 각각 7억2980만 달러(8904억원), 8억8150만 달러(1조754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각각 67%, 60% 감소한 것이다. 특히 관광 수입은 2011년 1월 이후 9년여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급감했다. 다만 관광 수입과 지출이 동반 감소하면서 3월 관광 적자는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인 1억5170만 달러(1851억원)를 기록했다.

3월은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으로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고객이 완전히 끊기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급감한 시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국내 여행 수요도 크게 줄었다. 3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로 출국한 우리나라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94.6%, 93.9% 급감했다. 해외여행 상품에 수입을 의존하는 아웃바운드 업계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코로나19 차단을 이유로 한국 여행객 입국이 제한 또는 금지되면서 최전선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아예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초유의 상황에서 여행업계는 망연자실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졌던 3월 해외로 출국한 우리나라 관광객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무려 93.9% 곤두박질했다. 아웃바운드 부문의 양대 메이저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가 3월과 4월 모두 99% 폭락하며 사실상 ‘매출 제로(0)’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1분기 매출 급감과 적자 전환은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실제 발표된 수치는 충격적이었다. 하나투어는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275억34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하나투어가 200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창사 이래 처음이다.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급감한 1108억원, 당기순손실은 348억7200만원이었다. 모두투어의 매출은 44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2.07% 감소했다. 순손실 14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대형업체도 휘청이는 마당에 중소 여행사의 시장은 초토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은 다소 진정됐지만, 해외에서 코로나19가 진행 중인 한 여행업계의 상황이 호전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다수다. 국내 주요 여행사들이 일제히 주3일제, 유급휴직 등 비상 경영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국내 여행업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더라도 해외에서 지속하는 한 여행업은 수렁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다.

위기에 직면한 관광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매출이 급감한 관광시설의 입장권을 7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착한 여행 캠페인’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진단 역량 등에서 전 세계에 알려진 한국의 이미지는 관광 경쟁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교통 이용 시 가급적 온라인 예매 또는 현장 자동 발매, 실내 전시 관람 시 오디오 가이드 해설 이용, 식당 방문 시 가급적 사전 예약 및 혼잡 시간대 피하기, 쇼핑 시 가급적 온라인 구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내놓은 ‘여행 안전 지침’이다. 방역체계가 생활방역으로 전환됐지만 ‘여행 안전 지침’을 지키는 것은 필수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