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논란 일파만파, 또 진영 갈등 ‘프레임 대결’ 비화되나

입력 2020-05-13 04:03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인.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갈등으로 시작된 윤 당선인 논란이 진영 및 이념 갈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사전 인지 여부, 기부금 용처 논란이 ‘친일 대 반일’ ‘진보 대 보수’라는 프레임 대결로 비화되기 시작했다. 사안의 본질을 벗어나 논란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한국 사회를 극심한 분열로 몰아넣었던 ‘조국 사태’처럼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12일 자녀 유학비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처리 문제를 ‘위안부 진상규명과 일본 사죄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보수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으로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친일·반인권·반평화 세력의 최후 공세”라는 말이 나왔고 야당은 “적반하장” “민낯이 드러났다”고 맞받았다.

윤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딸이 다니는 미국 UCLA 음대 학생들에 대한 언론 취재가 시작됐다”며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법무장관이 생각난다”고 썼다. 그는 “위안부 협상에 사과하지 않은 통합당과 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한 친일 언론에 맞서겠다”며 “친일 세력의 공격 강도가 세질수록 평화 인권을 향한 결의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한동안 언론 접촉을 피하던 윤 당선인은 여당이 자신을 엄호하는 쪽으로 기류를 정리하자 연일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윤 당선인에 대한 문제 제기를 친일 적폐 청산에 반대하는 보수 진영의 움직임으로 몰아세우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권이 맺은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정부가 파기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아닌가”라며 “기부금의 진실이 아니라 위안부의 소멸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영길 의원도 “친일에 뿌리를 둔 세력들에게 공격당하는 윤 당선인을 보면서 친일 청산과 독립유공자 예우가 동전의 양면임을 다시금 확인한다”고 말했다. 정의연 후원자가 떨어져나간다는 소식에 후원금을 보내주자며 정의연 지지를 독려하는 제안도 나왔다.

반면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유철 한국당 대표는 “정의연이 떳떳하다면 기부금 세부 지출 내역 등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한국당 대변인은 “윤 당선인 모습을 보면서 ‘조 전 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을 맞은 국민이 많을 것”이라며 “각종 의혹에 ‘가짜뉴스’라고 하거나 언론을 매도하는 것 모두 조국 사태 초기에 봤던 풍경”이라고 논평했다.

통합당과 한국당은 정의연과 윤 당선인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동 태스크포스(TF)도 꾸리기로 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었던 조태용 당선인과 윤봉길 의사 장손녀인 윤주경 당선인 등이 참여한다. 윤 당선인은 여권의 ‘친일’ 프레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진영 대결로 비화될 사안이 아니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안부 합의를 둘러싸고 무분별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한·일 관계에서 한국 정부가 지켜온 정당성을 해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가 문제 제기한 기부금 사용 내역 등을 정의연과 윤 당선인이 투명하게 공개해 논란을 매듭지으라는 요구도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당선인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밝히지 않는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나래 이상헌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