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송전탑이나 송전선, 변전소와 같은 송·변전시설 주변 지역에 13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이 나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지원책을 꺼내들었다. 송·변전시설 주변 지역의 재산 피해를 보전하고 시설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적자 상태인 한국전력의 부담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50만 볼트(V) 송·변전시설 주변 지역에 대한 토지 보상이나 주택 매수가 가능하도록 하는 ‘송·변전설비 주변 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 19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어진 밀양 송전탑 갈등을 계기로 제정된 송주법에 따라 그동안 34만5000V와 76만5000V의 송전선로 및 변전소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한전이 토지 보상, 주택 매수와 같은 재산 보상과 전기요금 보조, 주민복지시설 건설 등의 지원을 해왔다. 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따른 주민의 재산 피해를 보상하고 건강 우려 등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여기에 50만V 송·변전시설에 대한 지원금 단가 기준을 추가해 해당 송전설비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에 따라 7월 준공 예정인 북당진-고덕 변환소와 경과지 선정 단계에 있는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주변 지역에 대한 보상이 가능하게 됐다. 산업부는 두 송전시설과 관련해 약 92억원의 지원금이 추가돼 주변 지역에 배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댐과 같은 발전소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과도 중복해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한전의 재정적 부담이다. 미래통합당 김규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송·변전시설 주변 지역에 한전이 지원한 금액은 해마다 1300억원을 넘었다. 2016년 1573억원까지 치솟았던 지원금은 2017년부터 1300억원대로 낮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규모가 적지 않다.
반면 한전의 상태는 악화일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적자는 2조2635억원으로 1년 전 1조1745억원보다 1조원 이상 급증했다. 부채도 128조7081억원으로 14조원 넘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저소득층과 영세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 납부 유예 조치가 이어지면서 한전의 허리는 휘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90억원 이상의 추가 지원은 한전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지적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