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취임한 이후 재개발·재건축보다 기존 건물을 재생하는 형태의 지역개발에 천착해왔다. 전면철거 대신 기존건물을 지역특성에 맞게 고쳐 쓰겠다는 ‘도시재생’의 출발이었다. 도시재생은 박 시장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정책 실험이었고, 그 성과를 문재인정부가 이어받아 전국적인 표준 정책으로 만들었다.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된 종로구 창신·숭인을 비롯해 해방촌, 가리봉, 성수, 신촌, 장위, 암사, 상도 등 서울시의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8곳의 주거재생 선도·시범사업이 올해 마무리된다. 지난 5년간 총 192개 사업을 추진, 158개를(82.3%) 완료하고 나머지 34개 사업도 막바지 작업중이다. 1단계 주거재생사업은 크게 정주여건 개선(삶터 재생), 지역산업 보존·활성화(일터 재생), 역사·문화 자산의 지역 자원화(지역특화 재생), 지속가능한 주민 주도 자생 기반 마련(공동체 재생) 등 4개 분야에 역점을 두고 추진돼왔다.
서울시는 도시기반시설의 정비와 마을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커뮤니티 시설 확충으로 주민들의 생활여건을 개선했다. 창신·숭인동에 ‘안심안전골목길 조성사업’을 통해 어두운 골목길에 CCTV(14개소), 안심이 장치(150개소), 태양광 조명등(200개소) 등을 설치해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했다. 또 서울시 가꿈주택 1호인 ‘장위동 연주황 골목길’ 사업을 시작으로 8개 사업지역에서 4년간 200건의 가꿈 주택사업을 추진했다.
또 쇠퇴한 주거지역의 지역산업 보존과 활성화를 위해 지역맞춤형 산업재생사업도 추진했다. 해방촌 신흥시장은 기존 니트산업과 청년 예술공방을 결합한 공동판매장을 조성하고, 올 연말까지 노후시설의 현대화를 완료해 ‘아트마켓’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봉제산업 1번지 창신·숭인에는 마을 주민이자 지역경제 주체인 봉제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봉제산업 재생을 이끌기 위한 마중물사업으로 2018년 ‘이음피움 봉제역사관’을 열었다.
‘지역특화 재생’을 통해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질 뻔한 소중한 자산을 보존하고 새롭게 조명해 서울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자산을 지역의 경쟁력있는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창신동의 일제강점기 채석장 위에 세워진 ‘채석장전망대’,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생가를 복원한 ‘백남준 기념관’ 등이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변신했다. 백남준 기념관은 원래 도시재생사업계획에 없었으나 창신1동이 백남준의 고향임을 알게된 주민들의 제안으로 조성됐다. 1967년 구로공단이 들어서면서 가리봉동에는 젊은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단칸방 주택, 이른바 ‘벌집’을 리모델링해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울시는 모든 주거재생사업의 중심에 주민을 뒀다. 재생지역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선도사업 선정부터 사업 전반에 걸쳐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주도형’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주민 스스로 자생력을 확보해 지속가능하게 지역을 활성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위해 8개 지역에 20개의 앵커시설(거점공간)을 조성해 주민 소통회의, 공유부엌, 돌봄 키움센터, 창업공간, 도시재생지원센터, 청소년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함으로써 주민들간 유대를 강화하고 자립적인 공동체 기반을 조성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2017년 창신 숭인동에 전국 1호 도시재생기업(CRC)인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설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해방촌, 암사, 상도 등 4개 지역 8개 CRC를 선정해 육성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5년간의 선도·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관리대책 추진에 나선다. 주거환경개선 지속 추진, 소규모 건축 및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관련 제도 개선, CRC 지원 강화 등이다. 특히 골목길 재생, 가꿈주택 사업 등 핵심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주택 개량, 도로·주차장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그동안 조성된 앵커시설들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주민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