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고프시죠? 누르세요~ 베트남 이어 인도네시아도 ‘쌀 ATM기’

입력 2020-05-13 00:11
코로나19 대응 화상회의 주재한 조코위 대통령. 인도네시아 대통령궁 제공

코로나19가 불러온 최악의 실업난으로 배를 곯는 빈곤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쌀을 무료로 배급하는 기계 ‘쌀 ATM’이 등장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 등 수도권에 10대의 쌀 ATM을 설치했다. 팬데믹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목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250억 달러 규모 경제부양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쌀 ATM을 활용해 수백만명의 실업자에게 최소한의 식량을 배급할 계획이다.

쌀 ATM은 겉보기에는 현금자동인출기처럼 생겼지만 그 안에는 현금 대신 쌀이 채워져 있다. 배급을 원하는 시민은 지급받은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해 쌀을 받을 수 있다. 이용 대상은 일용직, 실업자, 무주택자, 절대빈곤층 등 취약계층으로 한정된다. ATM 1대가 1000명에게 1인당 1.5㎏씩 하루에 총 1.5t의 쌀을 배급한다. 정부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쌀 ATM을 상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의 쌀 ATM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자카르타 외곽 드폭시의 ATM에 줄을 선 임산부인 린다 샤프리(28)는 “우리 부부는 지난주에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며 “배급량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발명품이라고 할 쌀 ATM은 지난 4월 베트남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베트남 기업가인 호앙 뚜언 아잉은 셧다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득이 끊긴 시민들을 위해 호찌민시에 자신이 개발한 쌀 ATM을 설치하고 배급에 나섰다. 이후 후원자들이 잇달아 동참하면서 하노이, 후에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가구당 하루 한 차례만 받을 수 있도록 거주증을 확인한 뒤 줄을 서서 쌀 ATM 버튼을 밟으면 기계에서 쌀 1.5∼3㎏이 나오는 방식이다. 로이터통신은 배급을 원하는 시민들이 2m 거리를 유지한 채 길게 줄을 섰으며, 배급을 받기 전에는 손소독제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