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최악의 실업난으로 배를 곯는 빈곤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 쌀을 무료로 배급하는 기계 ‘쌀 ATM’이 등장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카르타 등 수도권에 10대의 쌀 ATM을 설치했다. 팬데믹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할 목적으로 정부가 발표한 250억 달러 규모 경제부양책의 일환이다. 정부는 쌀 ATM을 활용해 수백만명의 실업자에게 최소한의 식량을 배급할 계획이다.
쌀 ATM은 겉보기에는 현금자동인출기처럼 생겼지만 그 안에는 현금 대신 쌀이 채워져 있다. 배급을 원하는 시민은 지급받은 마그네틱 카드를 이용해 쌀을 받을 수 있다. 이용 대상은 일용직, 실업자, 무주택자, 절대빈곤층 등 취약계층으로 한정된다. ATM 1대가 1000명에게 1인당 1.5㎏씩 하루에 총 1.5t의 쌀을 배급한다. 정부는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쌀 ATM을 상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인도네시아의 쌀 ATM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자카르타 외곽 드폭시의 ATM에 줄을 선 임산부인 린다 샤프리(28)는 “우리 부부는 지난주에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며 “배급량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발명품이라고 할 쌀 ATM은 지난 4월 베트남에서 최초로 선보였다. 베트남 기업가인 호앙 뚜언 아잉은 셧다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소득이 끊긴 시민들을 위해 호찌민시에 자신이 개발한 쌀 ATM을 설치하고 배급에 나섰다. 이후 후원자들이 잇달아 동참하면서 하노이, 후에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가구당 하루 한 차례만 받을 수 있도록 거주증을 확인한 뒤 줄을 서서 쌀 ATM 버튼을 밟으면 기계에서 쌀 1.5∼3㎏이 나오는 방식이다. 로이터통신은 배급을 원하는 시민들이 2m 거리를 유지한 채 길게 줄을 섰으며, 배급을 받기 전에는 손소독제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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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