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계서 영구 제명된 ‘유도 영웅’

입력 2020-05-13 04:07

대한유도회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왕기춘(32·사진)씨를 만장일치로 영구제명했다.

유도회는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대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왕씨의 징계 수위를 논의한 뒤 이렇게 결정했다. 위원 9명으로 구성된 공정위는 이날 참석한 위원 8명 전원의 동의로 영구제명을 결정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왕씨를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김혜은 유도회 스포츠공정위원장은 “혐의 입증 여부와 관계없이 왕씨의 미성년자 성관계 사실이 인정되고, 유도인의 사회적 지위를 손상했다고 판단해 영구제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왕씨는 2008 베이징올림픽 유도 남자 73㎏급 은메달리스트다. 그해 전후 세계유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도복을 벗은 왕씨의 삶은 달랐다. 2009년 경기도 용인시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합의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됐고, 2013년 12월 육군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가 적발돼 8일간 영창 처분을 받았다.

왕씨는 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2016년에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고 유도관 프랜차이즈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 왔다. 프랜차이즈 일부 업주들은 왕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왕씨는 이날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유도회는 왕씨에게 영구제명을 통보할 계획이다. 왕씨는 통보를 받고 7일 안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