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뜨나 했는데… 항공업계 다시 ‘울상’

입력 2020-05-13 04:07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항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황금연휴’ 이후의 국내선 매출 회복세에 힘입어 중국 등 감염병 완화 국가와의 하늘길 재개를 기대했는데 이번 집단발병으로 여행심리가 다시 얼어붙을 우려가 커서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닫았던 국제선을 최근 다시 열었거나 재개를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은 다음 달부터 총 110개의 국제선 노선 중 미주·유럽·동남아 등 32개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초 일본 나리타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진에어와 에어서울도 다음 달 이후의 대다수 국제선 노선의 예약을 받고 있다.

항공사들의 잇따른 국제선 증편은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국내와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해 입국 제한 조치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에 따른 것이다. 실제 46만여명이 공항에 몰렸던 이달 초 황금연휴를 계기로 국내선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인다. 황금연휴 이후인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김포공항의 하루 평균 여객 수는 3만5185명으로 지난달 초의 2만8000여명보다 늘었다.

문제는 국내 2차 감염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먼저 여객 수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도 최근 하루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5월에 매출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는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봤는데, 이번 재확산 사태로 회복 출발선이 늦춰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항공업계는 긴장된 표정으로 항공기 내 방역 강화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국내선 탑승객에게 손소독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기내 신문 배포 및 음료 서비스를 중단했다. 호주와 미국 등의 일부 항공사는 항공기 내 3열 좌석 중 가운데 좌석 예약을 받지 않는 등 이른바 ‘기내 거리두기’ 방침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자 향후 2~3년까진 항공업계 매출이 회복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 항공컨설팅 회사 CAPA는 지난 3월 ‘3분기부터 항공산업이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가 지난달 말 ‘4분기까지도 매출은 반토막일 가능성이 크고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수정했다. 중동 최대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의 셰이크 아흐메드 알막툼 회장은 10일(현지시간) “여행 수요가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적어도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