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소한 뒤 두 아들 울었다는 얘기에 뭉클”

입력 2020-05-13 04:02
생활치료센터로 쓰인 경북 영덕 삼성연수원에서 자원봉사했던 의료진. 삼성전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사용됐던 경북 영덕 삼성연수원이 58일간의 여정을 마감했다. 이 기간 코로나19 경증 환자 254명이 연수원에 입소해 225명이 완치됐다. 환자들을 돕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의사와 삼성의료원 의료진, 대구시·보건복지부 공무원, 국군·경찰 등 180여명은 합동지원단으로 두 달 가까이 땀을 흘리며 환자들을 보살폈다.

삼성전자는 12일 공식 뉴스룸에 ‘이제 집으로 갑니다: 영덕 생활치료센터 두 달간의 기록’이란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의 생활치료센터로 제공된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의 ‘뒷이야기’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영상은 지난 3월 4일 첫 환자 210명이 입소하는 장면부터 4월 29일 마지막 환자 17명이 대구 동산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까지 2개월간의 기록을 담고 있다.


정철 교수(강북삼성병원·사진)는 “첫날 오후 1시쯤 환자 210명이 탄 버스가 들어오는데 온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정 교수는 “가족 간 간염으로 확진된 8세 어린이가 있었는데 아주 씩씩하게 치료를 받고 완쾌됐다”고 소개하며 미소 지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입소한 뒤 (집에 있는) 두 아들이 울었다는 얘길 듣고 뭉클했다”고 했다.

최경자 분당연세요양병원 간호사는 “입소한 자녀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어머니를 되돌려 보내야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입소자는 치료 기간 중 어머니의 부고를 들었지만 장례식에 가지 못했다고 한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종료가 결정된 뒤 한 의료진은 “아직 완치 안 된 분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보였다.

모두 254명의 환자가 입소했고 225명이 완치돼 완치율 88.6%를 기록했다. 29명의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후송됐다. 삼성 영덕연수원은 전국 16개 생활치료센터 중 대구 중앙교육연수원과 함께 가장 마지막까지 운영된 시설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시설 부족 문제가 대두되던 지난 3월 초 경북 영덕군 칠보산에 자리 잡은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선 최초로 경증·무증상 치료와 격리를 담당하는 시설을 제공한 것으로 이후 다른 기업들도 연수원을 제공하며 위기 극복에 동참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