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마음에 상처드려 죄송” 사과했지만 의혹은 여전

입력 2020-05-12 04:02
이나영(오른쪽 두 번째)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부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의연은 그간 제기된 의혹들을 반박하면서도 회계 공시 과정에서 수치를 불분명하게 기재한 사실을 인정했다. 윤성호 기자

기부금 사용과 한·일 위안부 합의 인지 시점 등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제기된 의혹을 반박했다. 정의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도중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 기자와는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정의연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기부금 사용 등과 관련한 일부 의혹은 앞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가족같이 지낸 할머니들의 서운함과 불안감,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를 드려 사과드린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정의연은 최근 불거진 여러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7일 이용수(92) 할머니가 제기한 기부금 용처 문제 제기에 대해 한경희 사무총장은 “치료 지원과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장례 지원 및 쉼터 운영 등이 모두 피해자 지원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 재단 자산의 64%를 차지하는 ‘목적기금’은 사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피해자 지원사업에 쓸 수 없다고 했다.

정의연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정의연의 일반 기부수입은 22억원이었으며, 이 중 41%인 9억여원이 피해자 지원사업에 지출됐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피해자 지원금 비율은 37%, 2018년은 5%, 2017년은 75%다. 정의연은 들쭉날쭉한 비율에 대해 “2018년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서 피해자 지원사업을 진행해 정의연 회계에는 5%만 나타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의연은 회계 공시 과정에서 수치를 불분명하게 기재한 사실은 인정했다. 인력이 부족해 수혜인원 규모를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의연 회계 공시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기부금 지출 내역이다. 그동안 정의연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 수혜인원을 정확히 기록하지 않고 ‘99명’ ‘999명’ ‘9999명’ 등으로 불분명하게 처리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윤미향 전 이사장의 딸이 학비가 비싼 미국 대학에서 유학 중인 점을 지적하며 윤 당선인의 이사장 시절 급여 등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정의연 관계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 전 이사장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았으며, 개인 강연 등의 소득은 모두 재단에 기부했다고 정의연은 밝혔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할머니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이상희 이사는 “현장에서 공유됐던 정보는 일본 언론의 보도뿐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윤 전 이사장이 합의 발표 전날 외교부로부터 미리 설명을 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 이사는 “윤 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외교부 연락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고만 했다.



송경모 최지웅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