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 추대관행 잊어라” 최다선 박병석이냐, 경제통 김진표냐

입력 2020-05-12 00:25

21대 첫 국회의장 자리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내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현재 구도는 ‘최다선 충청 맹주’ 박병석 의원(6선)과 ‘일하는 경제통’ 김진표 의원(5선)의 맞대결로 압축된 상황이다. 국회의장·부의장 경선 일정은 오는 25일쯤 치러질 예정이다.

두 의원 모두 4·15 총선 승리 직후부터 발 빠르게 당선인들과 접촉하며 선거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국회 의원회관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동료·후배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당내 계파별 의원 모임에 참석하거나 잇달아 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것은 예사다.

박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유일한 6선 의원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19대 국회 후반기부터 20대 전·후반기 세 번 연속 국회의장 후보는 모두 경선을 통해 결정됐지만 그전까지는 여당 내 최다선 희망 의원이 의장직을 맡는 관례가 대체로 지켜졌다. 충청권 의원이라는 점도 강조 포인트다. 한 민주당 의원은 11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표심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초선들에게는 ‘멘토’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5일 예정대로 통합되면 초선 의원이 총 83명이 된다. 경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박 의원은 최근 초선 당선인들에게 ‘당선 후 등원까지 지역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를 성의 있게 해야 한다’ ‘상임위는 전공을 살피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을 권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자필 편지를 두 번이나 보냈다. 서울 지역의 한 초선 당선인은 “정치 선배가 오랜 시간 배운 의정 생활 ‘팁’을 담은 편지를 손수 쓴 것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하는 국회의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경제관료로 활약했고, 노무현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는 등 ‘경제 전문가’라는 점도 강조한다. 지금은 당내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최근 ‘일하는 국회를 국회의장이 선도해야 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의원들에게 보냈다. 그는 “국회의장이 사후적이고 절차적으로 개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책임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국회 운영에 나서야 한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국회의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시급한 관련 입법 현안을 다루고, 일하는 21대 국회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김 의원이 더 적임”이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은 70대인 김 의원이 카톡 메시지로 소탈하게 소통하는 모습에 호감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김 의원은 문재인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이끌며 국정 기조 설계에 관여했던 만큼 대통령 임기 후반부 2년을 함께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국회 부의장직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의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국회 부의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여성 의원들은 일찌감치 4선인 김상희 의원을 단독 후보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남성 의원 중 5선의 이상민 변재일 의원 등이 부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미래통합당에서는 부의장직을 경선보다 추대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5선 고지에 오른 정진석 의원과 서병수 당선인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또 4선에서는 홍문표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신재희 이상헌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