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새 100명 육박… 이태원발 ‘청년 불감증’ 급속 전파 불붙였다

입력 2020-05-12 04:02
경기도 수원시 공무원들이 11일 수원의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집합금지 행정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파력은 강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가 6일 만에 100명에 육박하고 있다. 감염은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일어났고, 88.4%는 40대 미만이었다. 이번 사태는 ‘코로나19 감염은 운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청년층 일부의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일 낮 12시 기준으로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86명이라고 밝혔다. 클럽을 방문했다가 감염된 사례가 63명, 이들의 가족·지인·동료 등 2차 감염 사례가 23명이었다. 확진자 중 78명은 남성, 8명은 여성이었다. 20대가 58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8명이었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8시까지 8명 더 늘었다고 밝혀 관련 확진자는 최소 94명이 됐다.

집단감염은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했지만 방역 당국은 그 이전부터 젊은층 사이에 전파가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애초에 특정 집단에서 시작된 전파가 클럽을 통해 확산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어느 정도 커뮤니티(집단) 내에서의 감염이 있었는데 연휴 기간에 클럽을 통해 증폭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한두 명으로 인해서 이 많은 사람이 다 감염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계속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서대문구에 따르면 지난 2일 이태원 클럽 ‘메이드’를 방문한 20대 남성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가 다녀간 클럽은 용인 66번 환자와 안양 23번 환자 등이 다녀간 5개 업소가 아닌 곳이다.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으로 언급되지 않았던 클럽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클럽 방문자 중 검사를 받지 않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지난 4월 24일부터 5월 6일까지 이태원 일대 클럽을 다녀간 후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인원은 3112명이나 된다. 정부는 이 기간 이태원 일대 클럽, 주점 등을 다녀간 모든 이들에 대해 증상에 관계없이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진해서 (검사장에) 안 오면 반드시 찾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수를 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경찰과 함께 자택방문 추적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대해 즉각 검사를 받으라는 이행 명령을 내렸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갔는데 검사를 받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 벌금 200만원이 부과된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20, 30대가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클럽, 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배경에는 ‘젊으니 괜찮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지난 1월부터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코로나19 국민인식조사’와 서울연구원이 공동실시한 ‘서울시민 인식조사’를 종합한 결과 감염에 의한 건강 영향 및 피해의 심각성 인식에서 전체 연령대(74.2%)와 20대(66.4%)의 차이가 컸다. ‘내가 감염되냐 마냐는 사실 어느 정도 운이다’라고 인식하는 20대는 조사대상의 53.9%, 30대는 62.4%나 돼 60대(38.3%)보다 월등히 많았다.







최예슬 오주환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