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국 독일 중국 덮친 2차 웨이브

입력 2020-05-12 00:39
독일 도축장서 집단감염 발생 이후 육류 가공업체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했다. AFP연합뉴스

한국과 독일, 중국 등 코로나19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은 방역 모범 국가들에서 재확산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일의 어려움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한국과 독일, 중국에서 나온 새로운 코로나19 발병 사례는 경제 재개를 위해 사회적 봉쇄 조치를 완화하려는 각국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을 부각시킨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저지할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독일에서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된 이후 다시 확진자가 급증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서는 육가공공장에서, 튀링겐주에서는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독일 로버트코흐연구소(RKI)는 이날 코로나19 재생산지수가 1.1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재생산지수란 감염자 1명이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난 6일에만 해도 0.65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새로운 동력을 얻었다는 명백한 징후라고 경고했지만 베를린, 뮌헨 등 대도시에서는 정부의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수천명 단위의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봉쇄령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 6일 식당과 상점, 학교 등의 운영을 점진적으로 재개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유능한 대응으로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겪은 것과 같은 극단적인 참사는 피했지만 되레 방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시민들이 정부 방침을 따르도록 하는 데 애를 먹는 ‘예방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잠잠해졌던 중국에서도 11일 바이러스 발원지로 알려진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돼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한 위생건강위원회 공식사이트 등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둥시후구의 한 동네에서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 지린성 수란시에서 11명의 집단감염 사례가 발견된 지 하루 만이다.

외신들은 서울 이태원의 클럽발 집단감염으로 8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한국의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공이 새로운 집단감염 사례로 희미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가 지난 4~6일 한국에서 지역감염 사례가 사흘 연속 0명을 기록한 뒤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한국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발표한 지 나흘 만에 집단감염으로 이태원 유흥업소가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며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한국이 2차 감염을 피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2차 파도’는 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영영 꺾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경제를 재개하는 것을 코로나19의 두 번째 파도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이 경우 경제는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