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거주 중인 맞벌이 부부 김모(39·여)씨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기한을 살펴보다가 고민에 빠졌다. 오는 29일인 출산 예정일이 김씨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 세대주인 남편을 시켜 신청하려 했더니 신용·체크카드는 이달까지만 신청을 받는다고 한다. 지금 신청한다면 2인 가구 기준인 60만원만 수령해야 하는 상황이다.
출산 이후인 다음 달에 지방자치단체를 직접 찾아가 3인 가구 지급액인 80만원을 수령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이 경우 ‘지역화폐’로밖에 받을 수 없다. 김씨는 “신용·체크카드로 수령하자고 돈도 더 드는 제왕절개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왜 카드사는 신청 기한을 이렇게 한정했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고 전했다.
11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제도 설계 과정에서는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하나둘 튀어나오고 있다. 이달 출산을 앞둔 이들이 대표적이다. 출생신고를 통해 이의신청하면 가구원 수 조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김씨 사례처럼 출산 시기에 따라서는 ‘태아 몫’의 20만원은 신용·체크카드로 신청하기 힘들 수 있다. 다둥이라면 40만원까지도 금액 차가 벌어진다. 카드업계가 정부 방침에 따라 오는 31일까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기로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통계청의 ‘인구 동향’을 보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월 최소 2만명 이상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추세로 보면 이달 신생아 수도 2만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신용·체크카드를 신청하지 못한다고 해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읍·면·동사무소는 오는 18일부터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받는다. 카드사와 달리 다음 달에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현장 신청을 할 경우 지역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로만 지급된다. 지역에 따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선불카드 형태가 아닌 지역사랑상품권처럼 상품권 형태의 지역화폐로만 지급 가능한 곳도 적지 않다. 수요자보다는 행정 편의가 앞선 거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