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흥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도 정상근무 계획을 철회하는 등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확진자가 티맥스소프트 소속 직원으로 알려지면서 ‘IT 메카’로 불리는 판교 지역 입주기업들의 긴장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판교 테크노밸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삼평동 일대에는 다수 IT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이 지역 기업·직원 간 교류가 잦고, 대중교통 노선과 인근 식당 방문 등으로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 추가 감염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다.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는 지난 1일 이 지역 다수의 정류장을 거쳐가는 광역버스를 이용해 서울 용산구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발표 이후 근무 정상화 계획을 세우던 입주기업들은 다시 재택근무 혹은 출근 최소화로 방침을 바꾸고 있다. NHN은 11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상근무 전환 계획을 연기하고, 재택근무와 주2일 출근 방식을 다음 주까지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IT업체 네이버와 카카오도 순환근무제를 연장하기로 했다. 네이버는 본사가 티맥스소프트 미금연구소와 1㎞도 채 떨어져 있지 않다. 카카오 역시 판교오피스와 티맥스소프트 본사와의 거리가 3㎞에 불과해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현재 시행 중인 주1회 출근 및 원격근무 방식의 순환근무제를 한 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2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티맥스소프트에서는 다행히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티맥스소프트는 이날 “사내 두 번째 확진자의 밀접접촉자 12명에 대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 8일 성남시 분당구 사업장 3곳과 서울 강남구 선릉 사업장을 모두 폐쇄하고 임직원 1500여명에 대해 무기한 재택근무를 지시했다.
젊은 종사자가 많은 IT 업종이 타 업종에 비해 ‘클럽 문화’와 상대적으로 친숙하기 때문에 사태 확산에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성장연구소가 지난 3월 국내 10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IT 업종 종사자는 평균 연령이 전체 업종 중 가장 낮은 25.7세로 나타났다. 상장되지 않은 스타트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종사자 연령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판교 일대에 근무하는 IT 업계 관계자는 “클럽 방문도 문제지만 젊은 직원이 선호하는 식당이 이태원에 많아 모임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태원 확산 이후 사내 식당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스크를 더욱 단단히 매는 등 조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업계는 선제 대응을 통해 지역·업종 내 대규모 감염 확산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조직 문화가 경직된 대기업들과 달리 IT 업종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온 만큼 대처도 빠르다”고 강조했다.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근무를 정상화한 입주기업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구성원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