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덮친 이태원 쇼크… “그냥 온라인 들을래요”

입력 2020-05-12 04:03
사진=연합뉴스

고려대 20학번 김모(19·여)씨는 11일 대면 강의를 듣기 위해 입학한 이후 처음 캠퍼스를 찾았다. 충북에서 전날 막 올라왔다는 김씨는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니까 부모님과 주변 친구들이 다 걱정하더라”며 “서울에 이미 올라온 마당에 다시 내려갈 수 없지만 갑작스레 변수가 생겨 당황스럽다”고 걱정했다. 이어 “기숙사 입실을 할 때도 ‘클럽을 다녀왔냐’고 묻고 학교 발열 검진소에서도 ‘클럽에 다녀왔냐’고 묻더라”며 “해외 입국보다 이제 클럽 방문 여부가 더 중요한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고려대와 동국대, 한국외대 등 서울 소재 일부 대학이 이날부터 일부 대면 강의를 재개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갑작스러운 이태원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생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이날 고려대의 한 강의는 500명을 수용하는 대형강의실에서 이뤄졌지만 참석한 학생은 12명뿐이었다. 당초 학교는 이 강의에 대해 대면·비대면을 선택하게 했는데 24명이 대면 강의 참석 의사를 보였다. 그런데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주말 사이 절반이 갑자기 비대면으로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 강의를 담당하는 A교수는 “오늘이 가장 많이 온 거 같고 이태원 클럽 때문에 앞으로 더 안 올 것 같다”고 전했다. A교수는 불안해하는 학생들을 위해 “2m 넘게 떨어졌으니 안심해 줬으면 좋겠고 비말 안 날리게 할게요”라고 말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대면 강의를 시작한 학교들은 방역에 철저히 대비한 모습이었다. 동국대는 갑작스레 발열 증세가 보이는 학생을 격리하기 위해 캠퍼스 곳곳에 임시보호소를 설치했다. 한국외대도 모든 건물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입문을 하나로 통제했다. 고려대는 교내에 발열 검진소 5곳을 설치하고 증상을 체크한 뒤 무증상 학생 및 교직원에게 출입증을 대체하는 스티커를 나눠줬다.

하지만 곳곳에 방역 빈틈이 보였다. 학교는 학생 및 교직원 외에 외부인을 철저히 통제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이날 문을 다시 연 한국외대 학생식당에는 점심시간이 되자 외부인을 비롯해 60명쯤 되는 사람들이 몰렸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식당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수저와 젓가락으로 음식을 덜어주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국외대 건물 입구마다 열화상 카메라가 있었지만 발열 경고 신호음이 나도 앞을 지키는 직원들이 “고장이 났나”라고 말할 뿐 개의치 않았다. 입구에 놓인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만 기재하면 누구나 건물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동국대는 정문만 통제할 뿐 교내 안에서는 누구도 통제하지 않았다. 학교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들이 건물 내부를 오가고,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농구를 했다.

불안한 학생들은 다시 비대면 강의로 전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다. 이날 대면 강의를 들은 한국외대생 박모(21)씨는 “대학은 여러 지역에서 사람이 모이고 20대도 너무 많다”며 “일단 이태원 클럽 확산이 안정될 때까지는 비대면 강의로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려대생 김모(19)씨도 “안전을 생각하면 전면 비대면 강의로 이뤄지면 좋겠는데 교수님들의 대면 강의 재개 의견이 적지 않은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