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이 코로나19 팬데믹 속 ‘최후의 핫스폿’이 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는 10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6만2000명을 넘어섰지만 시민은 물론 대통령까지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있다며 실태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리우데자네이루의 거리는 여전히 시민들로 붐볐고, 해변은 피서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WP는 브라질의 처참한 방역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원인으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무책임한 대응 태도를 지목했다. 보우소나르 대통령은 이제껏 “코로나19는 기껏해야 경미한 독감에 불과하다”며 “경제를 살리기 위해 봉쇄 조치를 하루빨리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9일에는 1300명 규모의 선상 바비큐 파티를 강행하려다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제트스키를 즐기는 것으로 대체했다. 현지 언론은 보우소나루가 계획했던 파티를 ‘죽음의 바비큐’라고 조롱하며 비판에 앞장섰다. 이날은 브라질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날이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팬데믹 대응이 부재한 가운데 지방정부는 제각기 다른 기준의 방역지침을 내세워 혼란을 만들고 있다. 북동부 마라냥주의 주도인 상루이스를 포함한 4개 도시에는 봉쇄령이 내려진 반면 피해 정도가 훨씬 심각한 상파울루나 리우데자네이루는 거리두기 조치에 그치는 등 지역에 따라 방역지침이 중구난방이다.
브라질의 높은 빈곤율은 전염병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브라질의 노점상, 일용직 등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 이들은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 생계를 이어갈 방법이 전무하다. 또 파벨라(favela)로 불리는 브라질 빈민촌에서는 기본적인 거리두기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리우데자네이루의 파벨라에만 200만명이 모여 산다.
상파울루주 관계자는 주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는 시민 비율이 50%가 채 되지 않는다고 WP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브라질 최대 과학기관인 오스왈도 크루즈재단은 지난 6일 성명을 내고 “봉쇄 조치는 지금 당장 이뤄져야 한다”며 “자칫 잘못하면 상상도 못 할 규모의 인재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