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의지 ‘칸 영화제’도 결국 코로나에 백기

입력 2020-05-12 04:0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강행 의지를 수차례 내비쳤던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가 10일(현지시간) “물리적 개최가 불가능하다”며 백기를 들었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국 매체 ‘스크린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서 정상적 개최는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관객들도 불가능한 상황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5월 프랑스 남부지방 칸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는 매해 수십만명을 끌어모으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중 하나로, 거대한 필름마켓을 자랑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리적 개최를 포기한 칸 영화제 측은 여타 영화제와의 협업을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초에 발표될 올해 초청작을 ‘칸 2020’이라는 타이틀 아래 토론토 영화제, 앙굴렘 영화제,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뉴욕 영화제 등 가을에 열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방식이다. 협업 영화제 목록에는 부산국제영화제도 포함됐다.

프레모 집행위원장은 “전 세계로부터 훌륭한 작품들을 받았고, 그들이 관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우선 명단을 발표하면 영화관들이 행사를 조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지금껏 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등 공식 부문을 나눠왔던 초청작 발표 기준을 없애고 내년 봄까지 개봉 예정인 영화 목록만 발표할 예정이다.

칸 영화제 측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최를 5월에서 7월로 미룬 바 있다. 스위스 로카르노 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가 취소·연기되는 가운데도 칸 영화제는 “영화제가 본래 형태대로 열리긴 어려워도,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화할 것”이라며 개최 의지를 밝혔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개최 포기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칸 영화제 측은 수만명의 영화계 관계자들이 모여 신작 영화를 거래하는 필름마켓만큼은 다음달 22~26일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영화산업의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신 가상 부스와 비디오 미팅, 온라인 상영 등 준비를 통해 오프라인 마켓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강경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