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삼킨 코로나… 실업급여 ‘1조 시대’ 가을이면 동난다

입력 2020-05-12 00:0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구직)급여 지급액이 3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사상 처음 ‘1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이에 따라 올 가을 이후 실업급여 지급 예산이 고갈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11일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0년 4월 노동시장 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99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382억원)보다 2551억원 늘었다. 고용보험을 도입한 1995년 이후 최대 규모다. 2월(7891억원), 3월(8982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1000억원가량 늘면서 새 기록을 갈아치웠다. 총 수급 인원도 65만1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25.19% 증가했다.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편성돼 있는 올해 실업급여 예산은 9조5000억원이다. 이미 지난달까지 3조4000억원가량을 써 현재 남은 예산은 6조1000억원이다. 하지만 실업급여 월 지급액이 4월 1조원대에 육박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산술적으로 5월부터 매달 1조원씩 실업급여가 지급될 경우 10월이면 책정된 예산을 모두 소진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급증해 월 실업급여 지급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작년 동월(9만7000명)보다 3만2000명(32.98%) 증가한 12만9000명이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제조업·도소매업·서비스업·건설업에서 업종별로 1만3000~2만2000명가량 신청자가 몰렸다.

권기섭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당분간 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원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실업급여 지출액은 12조원 후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차 추경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불황이 계속돼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폭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는 1377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만3000명(1.2%) 증가에 그쳤다. 4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가장 적게 늘었다. 증가 폭이 20만명 아래로 떨어진 것도 ‘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폭증했던 2004년 2월(13만8000명)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연령대별로는 30대의 고용보험 가입자가 전년 동월 대비 5만7000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29세 이하도 4만7000명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에서 한 달 새 고용보험 가입자가 4만명 빠져나갔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