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탈석탄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지만 갈등은 여전하다. 원전산업 생태계 붕괴, 전력요금 인상 가능성 등 경제적 타격이 현실화하는 반면 이를 상쇄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은 20조5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감소했다.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은 2016년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2017년은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을 하는 등 탈원전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른 시기다.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은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사업자 매출과 두산중공업 등 공급산업체 매출, 연구·공공기관 매출 등으로 구성된다. 정부는 매출 감소가 발전사업자 매출 감소에서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원전 정비일수가 증가해 전기판매 수익이 감소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면서 수익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다만 공급산업체 매출도 2016년 5조5034억원 매출에서 2017년 4조7140억원, 2018년 4조4941억원으로 감소 중이다. 업계는 두산중공업 등 발전사업자의 수주물량이 감소하면서 일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탈원전이 본격화되면서 한전 실적도 2018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탈원전·탈석탄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8일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 따르면 전력 설비 중 19.2%를 차지하는 원자력발전을 2034년 9.9%까지 줄인다.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은 25기다. 내년에 1기가 추가로 가동되면 26기가 가동되는데 이를 점진적으로 줄여 2034년에는 17기의 원전만 운영하게 된다. 수명이 다 한 원전 11기는 폐지하고 원전 신규 건설은 최소화한다. 석탄·화력 비중도 27.1%에서 14.9%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원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발전은 더디다. 태양광산업은 중국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 모듈 등 태양광시장 전반의 중국 기업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OCI는 지난 2월 군산 공장의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하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들어갔다.
시민환경연구소가 학계, 연구기관, 시민단체의 환경·에너지 분야 전문가 10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에너지정책 종합 평가 점수는 5점 만점에 2.61점이었다. 2018년 3.12점, 지난해 2.81점에서 3년 연속 하락하는 추세다.
권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