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수출 반토막… 벼랑 끝 내몰리는 ‘한국 경제’

입력 2020-05-12 04:03

5월 초순 한국 수출이 1년 전 대비 ‘반토막’ 났다. 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요 교역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추진하는 리쇼어링(reshoring·제조업의 본국 회귀) 등의 정책도 향후 수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방역이 성공해도 한국 경제가 더 심각한 ‘수출 위기’에 직면한다는 얘기다.

관세청은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69억19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6.3% 급감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5일로 지난해와 비교해 1.5일 적었다. 하지만 조업일수 차이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13억8000만 달러로 1년 전 대비 30.2%나 적었다. 이달 1∼10일 수입은 95억51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규모는 26억32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수출 충격은 주력 산업 전반에서 나타났다. 대표 성장 먹거리인 반도체가 전년 대비 17.8% 줄었으며, 휴대전화 등 무선통신도 35.9%나 감소했다.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석유제품(-75.6%)과 승용차(-80.4%)는 거의 궤멸 수준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 -29.4%, 미국 -54.8%, 유럽연합 -50.6%, 베트남 -52.2%, 일본 -48.4%, 중동 -27.3% 등 주요 교역국 모두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수출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리쇼어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도 고민거리다. 미국이 코로나19로 작동이 멈춘 중국 중심의 글로벌공급사슬(GVC)을 탈중국화를 통해 뜯어고치겠다는 계산인데 미·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텔, TSMC 등 반도체 회사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에 공장을 두고 애플사에 반도체 부품을 납품하고 있는 TSMC 측은 미 상무부·국방부 관리들과 미국 이전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이전 및 증설 계획이 주목받는 것은 반도체가 상업 측면뿐 아니라 국가보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IT기업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보안유출 문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종=전슬기 기자,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