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뒤늦게 개막한 프로야구·프로축구의 무관중 상황이 연장될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국가대표 선수들의 충북 진천선수촌 입촌을 연기했다.
프로야구 KBO리그는 지난 5일 개막 이후 무관중 경기를 치러왔다.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단계적으로 구장 전체 수용 인원의 20~25% 정도 관중 입장을 허용해 나갈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리그 내 10개 구단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관중 간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혹시 모를 감염 확산을 통제할 원칙까지 세웠다.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은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11일까지 관련 확진자가 86명으로 집계된데다 앞으로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확진자가 야구장에 방문하면 어렵사리 문을 연 프로야구도 타격을 받게 된다.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BO리그이기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KBO리그는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중계되며 유례없는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 팬들은 타격 후 배트를 던지는 ‘빠던’에 열광했고, NC 다이노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NC)주의 이니셜과 구단명이 같아 인기 팀이 됐다. 2018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메이저리그 대표 강타자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영상에 나와 홍보에 앞장서고 있을 정도다.
열광적인 KBO리그 응원 문화가 전파를 탄다면 해외 팬들의 더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그 중단까지 야기할 수 있는 관중 입장에 도박을 걸 순 없다. KBO 관계자는 “빠르면 5월 중에라도 관중을 받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시기를 정한 건 아니었다”며 “주 2~3회 열리는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와 정부·구단과의 협의를 통해 (관중 입장 문제를) 다시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8일 개막한 프로축구 K리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BO리그와는 달리 단계적 입장 계획까지 세워놓진 않았지만, K리그도 학교 등교 시점과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며 관중 입장 시점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던 참이었다. 관중 입장시 관중들 간 1m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 한 자리씩 공석을 두고 좌석을 배치하자는 구체적 방침도 나왔다. 하지만 이태원 사태로 K리그도 관중 입장을 서두를 수 없게 됐다. 이종권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이태원 사태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추이를 면밀히 지켜본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체육회는 이미 국가대표 선수들의 입촌 연기를 결정한 상태다. 체육회는 애초 배드민턴, 체조, 탁구, 복싱, 유도, 가라테, 레슬링, 역도 등 8개 종목 선수들을 대상으로 12~13일 1차 입촌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19~20일로 1주일 미뤘다. 체육회는 지난 3월 말 도쿄올림픽 연기로 선수들을 퇴촌시키고 선수촌 내부 방역을 진행한 바 있다. 1달 넘게 제대로 된 환경에서 훈련하지 못한 선수들은 또 다시 1주일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