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바이 코리아’ 관건은 신흥국 통화 안정·美 고용 회복

입력 2020-05-12 04:08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투자자가 3개월 연속 ‘팔자’를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언제쯤 국내 증시로 돌아올지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이 귀환하기 위한 조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일까지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 21조3693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8572억원을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3월에는 13조원가량을 팔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은 코스피에서 26조6022억원 , 코스닥에서 4조8179억원을 사들이며 외국인의 매도액을 상쇄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팔자’를 멈추지 않는 건 코로나19 여파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요국에서 경제활동이 한동안 중단되고, 실물경제 지표가 악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먼저 원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원·달러 환율은 주식에 버금갈 만큼 변동성이 큰 상태다. 1월 말 1191.64원에서 코스피가 1400대로 하락한 3월 19일 1285.73원까지 치솟은 바 있다. 11일에는 1220.55원으로 마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러 글로벌 경제 이슈를 고려해볼 때 신흥국 환율 안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고용 지표도 중요한 변수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통 주식 투자 심리는 고용 및 소비 상황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며 “미국의 고용 회복 조짐이 보이면 신흥국 펀드나 국내 증시에도 외국인 수급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망은 좋지 않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선임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다음 달 실업률이 20%를 넘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돼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한편 빅데이터와 5G(5세대), 인공지능(AI) 등을 골자로 한 ‘한국판 뉴딜’ 정책이 외국인의 귀환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소프트웨어 업종이나 데이터 관련 업종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정부가 ‘한국판 뉴딜’ 구상을 밝힌 지난 7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업종은 소프트웨어(약 2.5%) 업종이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줄기차게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달 20일 이후 유일하게 소프트웨어 업종은 순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네이버 등 외국인 순매수가 몰리는 정보기술(IT) 업종에 대한 수급 기대감도 거론된다.

조민아 양민철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