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한민국은 과거로 회귀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한국교회 또한 떠나 온 항구로는 돌아갈 수 없는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에는 역량을 한데 모아 동력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국민일보는 지난 6일 김태영(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철(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 소강석(한국교회총연합 사회정책위원장) 목사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한국교회 세움을 위한 긴급 좌담회’를 갖고 한국교회가 대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 목사가 좌장을 맡았다.
<참석자>
김태영 목사<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이철 목사<국민일보목회자포럼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한국교회총연합 사회정책위원장>
△이 목사=사회 전반에 닥칠 변화와 이에 따른 위기가 성도들의 신앙과 교회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소 목사=김두현 21세기목회연구소장의 연구에 따르면 ‘오는 9~10월에 한국교회 30% 안팎의 교회가 운영상 극심한 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석 성도 수, 새신자, 헌금의 동시다발적 감소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회를 세우기는커녕 교회를 파괴하는 환경을 맞게 되는 것이다. 온라인예배 장기화와 함께 성도들의 영적 태만과 방치 습관이 체질화됐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과거 한국교회 성도들은 주일성수에 대한 열망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물량화 세속화 흐름이 교회에 유입되면서 성도들의 영성이 차츰 약해졌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더욱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김 목사=그동안 논의하던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AI)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 10년쯤 앞당겨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술적 측면에서 목회와 공동체 운영에 비대면 접촉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교회의 중심은 본질적으로 예배공동체라는 점을 재확인해야 한다. 예배가 재미를 주는 흥밋거리로 여겨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이를 위한 중장기 정책을 세워야 한다.
△이 목사=코로나19 사태로 아무런 대비 없이 예배가 중단되고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교회가 패닉상태에 빠진 게 현실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 사태가 종결된다 해도 한국교회가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오는 9~10월엔 1만여 교회가 극심한 운영 위기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목사=한국교회는 지난 2월 마지막 주부터 8~10주간 주일예배 형태를 온라인예배나 가정예배로 바꿔 보완해 왔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시행 첫날인 6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교총을 방문해 “교회들이 정말 모범적으로 감염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 다른 곳도 교회만큼만 방역했으면 좋겠다”면서 방역당국에 적극 협조한 한국교회에 감사를 전했다. 이제 생활방역 전환을 계기로 한국교회가 주일예배를 환원해야 할 때다.
△소 목사=동의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무너져 버린 현장예배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 전체가 연합해 일제히 예배를 회복하고 흩어진 성도들의 마음을 응집하는 디데이(D-day)를 선포해야 한다. 디데이에 성도 70~80% 이상이 출석하도록 한다면 온전한 회복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교회가 집단감염의 진앙지가 되지 않기 위해 너무 갑작스레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한국교회가 예배를 회복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새 출발을 알려야 한다.
△이 목사=디데이를 선포하는 게 한국교회 내부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의미와 필요성만 강조하고 행동이 없으면 운동성 없이 멈춰버리고 만다. 액션이 있어야 의미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디데이가 중요하다. 날짜를 정해 ‘한국교회 전 교인 출석예배’를 진행한다고 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긴 힘들겠지만, 하나의 계기를 만들고 지향점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한국교회가 연합해 진행한다면 좋은 사인이 될 것이다.
△김 목사=다행스러운 점은 한국교회 성도들의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교회 성도 85% 이상이 ‘주일예배 출석은 성도의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고 여기고 있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철저한 방역을 준비하고 최선을 다해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주일예배를 지킨 게 한국교회다. 다른 종교와 차별화된 영적 자부심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도 한국교회는 ‘드라이브인 예배’ ‘드라이브스루 심방’ ‘SNS 심방’ 등 예배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교회는 2000여년 동안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왔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는 고도성장을 지향하는 태도를 버리고 비대면 접촉 방식을 목회 선교 교육에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소 목사=대사회적 이미지 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한국교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가 간섭의 빌미를 주지 않았어야 하는데 뒤늦게 ‘예배 강행’이란 표현이 나오면서 정부도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국민정서상 부정적 이미지가 교회에 씌워진 것이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컨트롤타워를 구성하고 대사회적 이슈에 대해 ‘원 메시지’를 전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문화와 미디어 활용에도 나서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를 정치세력화하고 혐오세력으로 몰아넣는 유튜브 콘텐츠에 대응해야 한다. 선한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미래의 대안을 제시하는 기독교 유튜브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성도들도 결연한 의지를 갖고 ‘신앙 생태계’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 사태가 벌어져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현대사회에 맞게 성경적 신앙, 초대교회 신앙으로 리포맷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회는 성도들이 몸된 교회의 지체로 존재하고 몸으로서의 교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 목사=다음세대 신앙유산 전수를 위한 준비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가운데 한국교회가 우리 사회를 위해, 신앙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제대로 전해야 한다.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세월호 사건 당시 봉사자이자 위로자로 함께했던 한국교회를 되돌아보고 신앙의 다음세대가 자부심을 갖고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이를 통해 복음의 생명력, 신앙의 정체성, 성령의 역동성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상황들이 시대적으로 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