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상급 스타플레이어는 없다. 하지만 감독 전술이 독보적이다. 프로축구 K리그1 개막전에서 강원 FC가 FC 서울을 상대로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병수볼’을 선보였다. 핵심은 ‘라인 브레이커’ 김승대의 존재와 장거리 패스다.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강원은 10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홈 개막전에서 서울에 후반에만 3골을 맹폭하며 3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북 현대에서 임대한 김승대가 1골 1도움을 올리며 반짝 빛났고, 환상적인 왼발 뒤꿈치 슛을 성공시킨 드리블러 조재완과 지난 시즌 리그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김지현까지 제 몫을 다 해냈다.
김 감독의 화끈한 공격축구 ‘병수볼’은 지난해부터 각광 받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통계에 따르면 강원은 평균 볼 점유율(58%)과 패스성공률(86%)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FC 바르셀로나처럼 볼을 점유하며 ‘골을 내주면 더 넣는다’는 각오로 상대 팀을 몰아붙였다.
올해 서울전에서 ‘병수볼’은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폭발력 있는 외인 한 명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장점을 지닌 국내 선수들 간 약속된 패스 플레이로 서울을 몰아붙였다. 점유율과 패스 통계도 성장했다. 강원은 1라운드를 통틀어 유일하게 점유율 60%대(60.5%)를 기록했고, 패스성공률(87.8%·699회 중 614회 성공)도 1위로, 서울(70%·321회 중 226회 성공)보다 훨씬 높았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장거리(30m 이상) 패스였다. 지난 시즌 강원은 장거리 패스를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32회 중 20회 성공·성공률 62%). 하지만 서울전에선 88번 시도해 60번 성공(성공률 68%)하며 비중을 늘렸다. 시도 자체도, 성공률도 늘어났다. 대신 애매한 중거리(15~30m) 패스가 100회 이상 줄었다.
김승대 영입의 효과다. 김승대는 이현식의 롱 패스를 전방에서 이어받아 트래핑 후 조재완에게 연결해 두 번째 골을 도왔다. 세 번째 골도 한국영이 전방에 포진한 김승대를 향해 이어준 장거리 스루패스에서 비롯됐다. 상대 최후방 라인에서 빠른 역습에 최적화된 김승대가 합류하며 ‘병수볼’에 화룡점정이 찍힌 것. 잘 하던 짧은 패스플레이에 빠른 장거리 패스까지 장착해 지공과 속공을 상황에 따라 완성도 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강원이다.
김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승대의 쐐기 골 장면이 그토록 하고 싶었던 플레이다. 김승대가 역습에 관여해 득점했다는 데 기쁘다. 조재완의 두 번째 득점에서도 김승대의 역할이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동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