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명’, 세계 팝 문화로 자리 잡는 게 꿈”

입력 2020-05-12 04:04
오는 28일부터 4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덕수전(傳)’을 선보이는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명인. 그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 음악 교실이 우리의 전통 음악을 가르치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가장 힘든 이들이 일용직인 우리 광대들이에요. 예인(藝人)들이 안정적으로 예술을 펼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고, 한국의 ‘신명’이 세계의 팝 문화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제 일생의 꿈입니다.”

사물놀이의 창시자로서 시들어가는 전통 연희에 새 숨결을 불어넣은 김덕수(68) 명인. 지난 63년간 오대양 육대주의 수십개국을 넘나들며 신명 나는 사물놀이 한판을 펼쳐 놓았던 그는 아직 이루고픈 일이 많았다. 그가 이런 바람을 전한 곳은 1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덕수전(傳)’ 기자간담회 자리.

오는 28일부터 4일간 세종S씨어터에서 선보이는 ‘김덕수전’은 명인의 일대기와 예술혼을 다채로운 국악 연주와 함께 풀어낸 음악극이다. 명인이 ‘전통연희의 세계화’를 꿈꾸고 실천하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1년여에 걸친 명인과의 구술 인터뷰를 바탕으로 극본을 쓰고, 연극 연출가인 박근형 한예종 연극원 교수가 각색 및 연출을 맡았다. 김 명인은 “홍길동전이나 춘향전은 들어봤어도, 김덕수전은 생소하실 것 같다”며 “전통연희의 맛과 멋, 그리고 진정한 예인 정신을 전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망했다.

총 2부로 구성된 작품은 명인이 1957년 다섯 살의 나이로 사당패 새미(무동)로 데뷔한 후 한국민속가무악예술단 등을 거쳐 사물놀이를 탄생시키고 세계의 예인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2시간여 동안 압축적으로 풀어낸다. 1978년 2월 20일 서울 종로구 극장 공간사랑에서 꽹과리·징·장구·북 4개의 악기를 활용해 선보인 역사적인 첫 사물놀이 공연은 1부 말미쯤 재현할 계획이다.

공연 포스터. 세종문화회관 제공

김 명인은 “신명은 ‘덩실덩실’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며 “민초와 늘 함께했던 희로애락의 놀이를 청각적인 즐거움으로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사물놀이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40년이 훌쩍 지나버린 1978년을 돌아보며 독백을 하는 장면도 있는데, 고해성사와도 같은 그 장면에 무척 공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굵직한 창작진들이 힘을 합쳤다. 명인의 아버지를 상징하는 인물로는 무용가 정영두가 출연하고, 명인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국악 그룹 ‘앙상블 시나위’, ‘사물놀이 본’이 연주를 맡아 명인과 전통연희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박 연출가는 “연습을 보는 동안 꽹과리·징·장구·북이 빚어내는 음악적 조화에 전율을 느꼈다. 그 감동을 고스란히 관객에게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처럼 평범했던 명인이 지금의 큰 산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맞아야 했는지도 더불어 전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는 코로나19로 멈췄던 세종문화회관이 다시 시동을 거는 의미도 더해졌다. 다만 세종문화회관은 당분간 거리두기 좌석제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코로나19에 지친 관객들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무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오는 18일 오후 2시부터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고, 29일 오후 7시30분에는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서 생중계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