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농단한 전직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정부는 적폐청산을 첫째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농단 수사를 확실히 해낼 적임자”라며 파격 임명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적폐청산 수사의 선두에 섰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 23명이던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부 검사는 2018년 43명까지 늘었다.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된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지금까지 선고받은 형량은 징역 32년에 이른다. 2017년 3월 31일부터 영어의 몸인 그는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이 없다면 97세가 되는 2049년에야 형기를 마친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외에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으로 재판받아 왔다. 징역 2년이 선고된 공천 개입 사건은 이미 판결이 확정됐다.
국정농단과 국정원 특활비 사건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쳐 현재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이다. 2심까지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5년이 선고돼 있었다.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형기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분리선고의 원칙을 어겼다는 점, 무죄로 판단됐던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이 파기 이유였다.
문재인정부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18년 4월 9일 구속 기소됐다.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 횡령 및 삼성그룹 뇌물수수 등의 혐의였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15년이 선고된 1심에 비해 형량이 2년 늘어난 것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 판결 이후 재수감됐다가 구속집행 정지로 풀려나 있다. 여전히 ‘전부 무죄’를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법원은 현재까지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기관이 부패하는 것을 막을 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러한 의무를 저버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법부도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대상이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임기 핵심 과제였던 상고법원 입법 추진 과정에서 지난 정권과의 이른바 ‘재판 거래’, 법관 사찰 등의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사법부 자정 노력을 표방한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2018년 5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려는 행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8년 7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사법농단’ 수사를 본격 시작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해 2월 11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대법원장이 됐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고위 법관 14명을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심 선고를 받은 전현직 법관 5명에게는 현재까지 모두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