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덮친 ‘이태원 충격’ 신천지 이후 최대 고비

입력 2020-05-11 04:01
사진=연합뉴스

용인 66번 환자부터 비롯된 이른바 ‘이태원 비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증상에 활동반경이 넓은 젊은 층이 감염자인 데다 교통망이 좋은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는 점, 불명확한 명부 등으로 감염 경로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번 이태원 집단감염이 코로나19 방역 전선에서 신천지 사태 이후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와 서울시에 따르면 10일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54명이다. 직접 클럽에 가서 감염된 사람이 43명, 이들과 접촉해 지역사회에서 2차로 전파된 사람이 11명이다. 이태원 클럽에서 코로나19에 노출된 확진자가 다녀간 동작구 피트니스클럽에서 2차 감염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신규 확진자 수도 지난달 12일 이후 28일 만에 30명대로 재진입했다. 신규 확진자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그동안 몇몇 장소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지만 이번 이태원 사례는 조기 대응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 방역 당국으로선 최대 난제를 맞닥뜨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클럽 방문자가 대부분 젊은 층이다. 활동성이 높아 이동반경이 넓은 데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상이 비교적 약해 무증상 상태에서 일상생활을 하면서 ‘N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방대본은 현재까지 확인된 이태원 확진자의 30%정도가 무증상 상태라고 했다.

집단감염 발생지가 서울 한복판이라는 점도 문제다. 촘촘한 교통망을 따라 순식간에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확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성된 방문자 명부가 부정확하고 외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 특성상 감염 경로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용산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이태원 클럽·주점 5곳을 방문한 것으로 기재된 5517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1982명은 전화번호 허위 기재 등의 이유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천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는데 이 중 상당수가 연락이 안 되고 있고 확진자는 전국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보니 (이태원 사례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 때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클럽 등 유흥시설에 영업정지를 뜻하는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경기도가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 등의 방문자에게 ‘대인접촉 금지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방역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며 전국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능후 중앙재난사고수습본부 1차장은 브리핑에서 “당분간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활 속 거리두기 체제는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과 집단발생 건수 등 위험도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