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젊은 사람도 고통스럽습니다” 30대 환자의 호소

입력 2020-05-11 04:05 수정 2020-05-11 04:05

젊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특권이다. 건강한 신체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젊음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바이러스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의 시작으로 지목된 용인 66번 환자가 나온 지 이틀 후인 지난 8일 한 코로나19 확진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자신을 ‘얼마 전 퇴원한 30대 여성 김모(서울)씨’라고 소개한 이 확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되살리는 데 나의 경험이 참고가 됐으면 좋겠다”며 A4용지 3장 분량의 글을 보냈다.

김씨는 “한 달 넘게 입원했는데 확진되기 전날과 퇴원할 때 모두 무증상이었다”면서도 “입원 초기 극도의 피곤함을 느꼈고, 발작적으로 벼락 기침이 나면서 숨이 차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약을 처방받은 뒤 가라앉았지만 만약 노인에게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다면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김씨는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한 후에야 비로소 내가 정말 아프고 힘들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무증상 확진자도 절대 멀쩡하지 않다. 젊은이도 확진되면 꽤 큰 고통이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민일보 인터뷰(5월 4일자 2면 참조)에 응했던 대전 28번 환자 김형진씨는 “일단 걸리면 30일 이상 입원해야 하는 등 일상에 피해가 막심하다”며 “일부 젊은이들이 증상에만 주목해 다른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젊은이들에겐 심각한 증상을 발현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 때문에 일부 젊은이들은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일단 감염되면 본인에게 큰 피해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본인이 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가족과 친구, 이웃의 고통을 유발하고 특히 연로한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에게는 치명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

이태원 사태가 알려진 후에도 몇몇 유흥업소와 이른바 ‘헌팅포차’ 등은 성황이라고 한다. 얼마나 더 많은 확진자의 목소리가 나와야 이들의 젊음 과신을 멈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