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자 직격탄을 맞은 이태원은 적막했다. 그러나 ‘짝을 찾는 청춘’들은 풍선효과를 증명하듯 홍대나 강남의 헌팅포차 등으로 몰려들었다.
9일 밤 찾은 이태원은 ‘외딴 섬’ 같은 분위기였다. 서울시가 클럽, 감성주점 등 유흥업소를 대상으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려 클럽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시민들은 확진자가 나온 클럽 앞에서 서울시가 붙인 ‘집합금지명령’ 문서를 보고 수군거리다 발걸음을 옮겼다.
해밀턴 호텔 뒤편 세계음식특화거리는 이태원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골목이지만 음악 소리만 그대로일 뿐 사람은 없어 생경한 풍경이었다. 일이 없는 직원들 4~5명만이 골목으로 나와 공놀이를 했다.
인근 편의점 점주는 ‘사람이 많이 줄었냐’는 질문에 “준 게 아니라 아예 없다”며 “4월 초에 한 술집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손님들이 줄다가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였는데 이번 사건이 터지면서 끝장이 났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클럽은 운영을 좀 자제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술집 사장은 “3년을 장사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처음이다. 한 테이블도 못 받았다”며 “이태원이 기피 지역이 돼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맞은편에 있는 와인펍에선 본격 영업을 할 시간이었지만 이미 장사를 접은 듯 의자를 책상 위로 올린 채 사장이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반면 10일 새벽 찾은 서울 홍대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른바 ‘헌팅포차’가 밀집한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에는 가게마다 대기 줄이 30~40명씩 서 있었다. 이태원을 강타한 코로나19도,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도 이들의 열기를 막기는 어려워 보였다. 헌팅포차는 유흥업소가 아닌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 포차 앞에서 1시간30분째 줄을 섰다는 최모(24)씨는 “클럽들이 다 닫아서 헌팅포차로 더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의 친구는 “지금은 그래도 대기 줄이 없는 편이다. 새벽 3시까지 입장을 못 하는 날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헌팅포차 역시 집단감염에 취약해 보이는 환경이었다. 사람들은 50㎝ 남짓한 간격을 두고 줄을 섰다. ‘2m 간격 유지’라고 적힌 팻말이 설치돼 있었지만 종이는 다 구겨져 알아보기 힘들었다. 직원들은 지나가는 여성들의 팔을 붙잡고 “여자는 바로 입장이 가능하니까 놀다 가세요”라며 이끌기도 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10명 중 3~4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마스크를 턱밑으로 내린 채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다수였다. 골목에는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가게 내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합석이 가능한 업소들인 만큼 손님들이 가게 안에서 자리를 옮겨 돌아다니기도 해 대면접촉은 더욱 늘어난다. 가게 안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헌팅포차를 방문한 이들은 감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김모(21)씨는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확진자가 나온 곳은 이태원이고 여긴 홍대”라며 “헌팅포차는 일반 술집과 다를 게 없는데 막는 건 너무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일행 이모(21)씨도 “클럽만큼 붐비는 공간은 아니다”라며 “아직 젊은 데다 자취해서 감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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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