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는 알지만 비용이… ‘머나먼 길’ 전국민 고용보험제

입력 2020-05-11 00:19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전 국민 고용보험 취지를 설명하면서 국회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와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취약한 국내 고용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의 절반 수준에 그쳐 고용 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 국민 고용보험은 4대 보험 중 고용보험 제도를 통해 모든 국민의 실업 또는 소득 감소분을 일부 보전하는 것이다.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지급 외에도 노동시장의 충격 완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한다. 유급휴업·휴직을 한 기업에 휴업·휴직수당의 일부를 지급해 고용유지를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일자리를 늘린 사업장을 지원하는 일자리 함께하기 지원금, 모성보호를 위한 육아휴직급여 등도 고용보험기금으로 지원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은 지난해 8월 기준 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해 전체 취업자의 49.4%에 불과했다. 전체 실업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도 45.6%에 그쳤다. 절반 이상의 실업자가 고용 안전망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세 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등이 대거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대부분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도, 직업훈련도 받을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고용 안전망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은 임금 근로자만을 가입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가면 적용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비정규직과 특고 등의 다수는 아직도 혜택을 못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을 강조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등에 쓰인 돈은 약 14조원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한 해에 14조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한 셈이다. 또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특고 종사자,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한 모든 취업자를 포괄하려면 임금 대신 소득으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바꾸는 등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 국민 고용보험에 대해 “가야 할 길이긴 하지만 일시에 도입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며 “단계적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준비를 갖추면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또 특고 종사자와 예술인을 고용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수당을 지급하고 맞춤형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 특고, 미취업 청년 등이 주요 대상이다. 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이 아닌 정부 예산으로 지급한다. 정부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수혜자가 단계적으로 늘어 2022년에는 60만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고용보험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을 위한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정은 법제화를 당장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